野, 盧대통령 언론관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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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3일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관'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전날 盧대통령의 국정연설이 도화선이 됐다. 한나라당은 수뇌부가 총동원돼 전날 盧대통령 국정연설을 '대(對)언론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그릇된 언론관을 즉각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KBS 서동구(徐東九)사장의 거취와 관련해선 "즉각 사표를 수리하라"며 압박을 가했다.

김영일(金榮馹)총장은 "언론을 적으로 보는 사고부터 고쳐야 한다"며 미국의 예를 들었다. 그는 "盧대통령 표현대로라면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박해 정도가 아니라 매일매일이 고문의 연속이었을 것"이라며 "루스벨트는 기자들에게 '나는 당신들의 헌신적인 희생자'라고 했고 클린턴도 '기자들이 내가 죽기를 바란다'고 토로했어도 언론을 적으로 돌린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미국 대통령들의 사례도 인용됐다. 케네디는 신문기사에 대해 "나는 많이 읽고 덜 즐긴다"고, 기자들을 향해서는 "굉장한 떼거지"라고 했다는 것. 부시는 대통령직을 떠난 후 "나는 백악관에 있을 때 언론의 자유를 믿었으며 이젠 언론으로부터의 자유를 믿는다"고 토로했다는 게 金총장의 주장이다.

金총장은 이와 관련, "이들이 언론을 공격하지 않은 건 언론이 대통령과 정부를 괴롭히고 견제하는 것 자체가 진정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부적절한 언론관을 피력하며 현실화시키려 한다면 우리나라는 자유언론의 암흑기를 맞게 돼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분법(二分法)'적인 盧대통령 언론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하순봉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대표연설에서 "언론에 대한 섬뜩한 적개심, 자신을 비판하면 박해고, 찬양하면 정론이라는 식의 편협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규택(李揆澤)총무는 "盧대통령이 언론 문제를 애기하면서 '나 또한 부당한 공격을 받아왔고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할 때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국회를 통해 盧대통령의 이분법적 언론정책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추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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