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암-조동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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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죽음보다 깊은 적막이
거기 엉겨 있더이다
꽃 피고 꽃 진자리
꽃대궁만 남아 있듯
강 따라 다 흘러간 자리
바위 우뚝 섰더이다.
눈물로, 그 많은 피로
얼룩졌던 바위 서리
천년이 흘러가고
또 천년은 흐르는데
봄 가도 넋들은 사무쳐
진달래로 피더이다.
그날 끊어진 왕조의
단면인양 슬픈 벼랑
다만 함묵으로는
못 다스릴 한이기에
고난사 낡은 쇠북도
피를 쏟아 울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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