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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집단적 자위권이 불편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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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현기 기자 중앙일보 도쿄 총국장 兼 순회특파원
김현기
도쿄 총국장

“어제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의 헌법해석을 변경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기자)

 “뭐라고? 질문의 목적을 제대로 말해봐. (중략) 국민을 지키기 위해 법이 있는 게지 헌법을 지키기 위해 국민이 있나. 아사히신문 (기자야)? 희한하네. 요미우리가 (이런 질문을 하고…). (중략) 요미우리도 (집단적 자위권에) 찬성인 거지?”(아소 부총리)

 “어제 지면을 보면 명백히 찬성입니다.”(기자)

 “너, 기자 생활 별로 안 했구먼(미소).”(아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허용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인 지난 16일 아베 정권의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와 요미우리(讀賣)신문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아베 내각 각료의 언론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만한 아소의 성격을 감안한다 해도 이건 정상적 대화가 아니다. 그냥 넘어가는 기자들도 한심하다. 그저 ‘받아적는(記) 이(者)’에 충실할 뿐이다.

 야당은 더 기가 막힌다. 70년 만에 평화헌법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 터진 다음 날에도 제1야당 민주당의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의 일정표는 ‘특별히 없음’으로 공개됐다. 또 실제 그랬다. 이날 자민당 간부들이 여기저기 방송사를 찾아다니며 ‘집단적 자위권 홍보 출연’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정권 창출은 고사하고 정권 비판에도 뜻이 없다. 제2야당 ‘일본유신회’, 제3야당 ‘모두의 당’은 이름만 야당이지 집단적 자위권을 적극 옹호하는 ‘자민당 2중대’다.

 자, 그렇다면 남는 건 군소정당과 시민단체.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거대한 여권에 맞서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다. 고령자 위주다 보니 해가 갈수록 활력 면에서 처진다. 그저 착하고 조용히 반대를 외칠 뿐이다. ‘전투력’에선 한국 야당, 시민단체의 반의 반에도 못 미친다.

 엄밀히 말하면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일본이 알아서 정할 일이다. 국제법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안전장치만 잘 확보한다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거슬리는 건 아베 정권이 택하고 있는 수법과 절차다. 정정당당하게 헌법개정을 통하지 않고 ‘헌법해석의 변경’이란 얄팍한 술수를 동원했다. 전후 70년 동안 일관되게 “헌법상 안 되는 것”이라 해 왔던 걸 말이다. 이대로라면 ‘해석변경’이 집단적 자위권으로 끝날 것이란 보장도 없다. 무력한 견제세력을 등에 업고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각’을 위한 장애물을 차례차례 ‘해석’을 통해 제거하고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아베 정권의 행보가 불편한 본질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난 전임 아베 총리의 해석을 다르게 해석합니다.”

 수년 뒤 아베의 뒤를 이은 신임 일본 총리의 취임 일성이 이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과연 국제사회는 그런 일본에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일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거야말로 잘못된 해석이다.

김현기 도쿄 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