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레슨 동냥하고 트럭서 쪽잠 … 살라스 첫승 … 설움아 안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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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젯 살라스

‘가난한 오초아’ 리젯 살라스(25·미국)가 19일(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 리조트에서 끝난 킹스밀 챔피언십 프리젠티드 바이 JTBC에서 우승했다. 최종 합계 13언더파로 공동 2위 청야니(25·대만) 등에게 4타 차로 완승했다.

 LPGA 투어 첫 승을 얻은 살라스는 천사 같은 선수다. 암 투병하는 코치의 회복을 기도하며 보라색 옷을 입고 경기에 나오곤 했다. 코치든, 동료 선수든, 갤러리든 살라스는 친절하다. 투어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터지만 살라스에 대해 뒤에서라도 나쁜 말을 하는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점에서 보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비슷하다. 오초아도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 것을 버디 잡는 것보다 중시했다.

 다른 점도 있다. 오초아는 매끈한 페어웨이를 걸었는데 살라스는 억센 러프에서 자랐다. 오초아는 재벌집 딸이고 살라스는 멕시코 이민자의 딸이다.

그의 아버지는 골프장에서 노동일을 했다. 레슨 프로의 집 일을 해 주고 딸의 레슨 동냥을 했다. 고교 시절 살라스는 남자 골프팀에서 활약했다. 그가 살던 슬럼 지역의 여학생들은 골프에 관심이 없어 골프팀이 없었다.

 살라스가 2부 투어에서 뛸 때는 숙박비가 아까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잔 날이 많다. 캐디를 해 주던 아버지는 트럭 적재함에서, 그는 운전석에서 잤다.

 노력은 많이 했지만 결실은 쉽게 오지 않았다. 지난해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종일 박인비(26·KB금융그룹)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하다가 79타로 무너졌다. 올해도 여러 차례 우승 기회를 잡았다가 미끄러졌다. 미국에서도 아메리칸드림은 사라지고 있다. 살라스가 LPGA 투어에서 뛰는 것 자체가 대단한 성공일지도 모른다.

 살라스는 그래도 꿈을 꿨다. “‘너는 할 수 없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나는 LPGA 투어까지 왔고 우승 경쟁도 할 수 있었다”며 “어려운 경험들이 나를 더욱 성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라스는 “오초아가 멕시코에 있는 여성들에게 골프에 대한 희망을 줬다. 나는 미국의 라틴계 소녀들에게 그 역할을 할 것이다. 명문 클럽에 소속된 부잣집 딸이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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