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전선」의 첨병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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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출 1백억「달러」가 되기까지는 밤일을 교대해 가며 열심히 일한 공장 근로자들, 「아프리카」 오지까지 누빈 수출업체 「세일즈·맨」들의 땀과 노력,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 그리고 비싼 내수 가격을 감내한 국민의 협력 등-이 모두의 총화적인 결정이다. 그 중에도 수출 일선에서 일한 역군들의 노고는 1백「달러」 축제를 맞아 모두의 박수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보배」 송 언니>통계 요원 송경자씨 (35·상공부 수출 1과 주사)
달이 바뀌어 초하루 날이 되면 상공부 수출 1과는 「송 언니」의 날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국 1백60여개 은행 본·지점에 직접 전화를 걸어 수출 실적 통계를 잡는 일을 해야한다. 「송 언니」-상공부내에서 부르는 이름-가 이 일을 맡은지 14년이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해치웠다.
바쁠 때는 동시에 양쪽 귀에 전화 2대를 대고 전국으로부터 품목별·지역별 수출 통계를 받아서 그것을 재분류, 정리한다.
일요일에도 텅 빈 사무실에 나와 통계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일이 잦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수출 통계 업무가 생의 전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했는데 통계 업무에 정통, 상공부내 「보배」로 통하고 있다.
「송 언니」는 『윗분들이 인식해 주는 것이 보람』이라고.

<불량품이 없다>여공 박행순씨 (44·신동교역 품질관리과)
신동교역이 올 들어 해외로 수출한 1천만「달러」어치의 외의·「재킷」류 가운데 불량품이 생겨 「클레임」된 것은 한 건도 없다.
금년 뿐 아니라 지난 수년 동안 불량품 발생은 전무. 품질 관리 면에서 완전무결을 자랑하게끔 됐다.
품질 검사를 맡고 있는 박행순씨의 손끝에서 「불·양」이 걸러진 때문.
박씨가 신동교역에 입사한 것은 12년 전.
지금까지 미혼 독신으로 있으면서 하루의 결근도 없이 오직 일밖에 몰랐고 품질 검사 부문에서는 「도사」가 됐다.
지금은 품질 검사를 맡은 40여명의 여공을 지도·감독하는 품질 관리 계장.
해외 유명 백화점에 걸려 있는 한국산 인조 「세무·코트」는 이 회사 제품이다.
박씨의 노고는 이번 수출 기념 행사에서 영예의 철탑 훈장으로 보상을 받게 됐다.

<구주는 내차지>세일즈맨 홍건희씨 (40·효성 주독 사무소장)
74년10월 처음으로 주재 지사를 개설, 「프랑크푸르트」에 부임한 홍씨는 해마다 1백% 이상의 수출 신장을 거듭, 올해에는 1천4백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이 놀라운 수출 증가 실적은 「유럽」지역에 대한 시장의 개척 요령 터득, 비규제 품목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중 서독의 중계 무역을 통해 동구시장으로 나간 것만도 1백40만「달러」.
지역마다 특성과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지만 「유럽」 지역은 전통이 강하고 안정된 사회여서 「세일즈」 활동도 세련돼야 한다.
홍씨는 「세일즈맨」의 자질은 현지 언어와 관습에 정통하고 해박한 상품 지식이 있어야 하며 인격적으로 신임을 받아야 하는 3개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 그의 「세일즈」 좌우명. 그는 이번에 석탑 훈장을 받는다.

<외교관도 겸해>무공 박풍씨 (35·「아디스아바바」 무역관)
미국 대사관까지도 철수한 이디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 고군분투하는 KOTRA의 박풍씨는 실지 근무의 대표적인 예.
「이디오피아」에 군사 혁명이 일어나 소련의 지원을 받는 사회주의 국가로 된 이후 박씨의 시장 개척 활동은 더욱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고 거기에 풍토병이 많은 고온 건조의 기후 때문에 생활의 어려움은 상상을 못 할 정도.
그 가운데서도 우리 나라 상사의 현지 판매를 돕기 위해 입국 안내로부터 상담 주선까지 도맡아해야 하고 현지 정부와도 직접 입찰 교섭을 벌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올 들어 대 「이디오피아」 수출은 2천만「달러」 (낙찰 기준)에 육박, 현재 KOTRA의 해외 주재원 수는 1백6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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