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날 오후 UAE 실무방문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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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와중에 1박2일 일정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에 나서는 건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란 설명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당초 중동 주요국을 순방할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사고로 다른 일정은 모두 취소했다”며 “그러나 UAE 원전 1호기 원자로 설치 행사가 대단히 중요한 국익이 걸린 사업이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것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당초 쿠웨이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6박7일)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오전에 세월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오후에 UAE로 출발하는 방안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익도 중대한 사안인 만큼 기일을 단축해 40시간여의 1박 3일 순방으로 결정했다. 왕복 비행시간(17시간)을 빼면 실제 현지 체류는 채 하루가 안 되는 23시간 정도다. UAE 방문은 UAE 측의 거듭된 요청으로 방문 사흘 전인 지난 16일 오전 결정됐다고 한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우리 기술로 만든 해외 원자로는 UAE가 처음”이라며 “(설치식은) 우리 기술로 만든 원자로가 국제무대에 첫 번째 데뷔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이어 “200명 중 100명 이상이 선진국 출신 엔지니어로 구성된 UAE 원자력 규제기관이 우리 원자로를 첫 번째로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라고 했다. 행사에는 지난 2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王世弟·왕위를 이어받을 왕의 동생)가 참석한다. 당시 왕세제는 “원전 건설 공사가 양국 협력의 가장 중요한 심벌(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조 수석은 “이번 행사를 놓치면 원전이 완공되는 2017년까지 국제사회에 원자로 기술을 자랑할 수 있는 시간을 놓쳐버린다”고 했다.

 이슬람 국가인 UAE가 6월부터 라마단(금식기간)에 들어가는 것도 ‘원 포인트’ 방문에 영향을 끼쳤다. 조 수석은 “원자로 건설 계약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고급 인력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원전 운영회사의 설립”이라며 “라마단 이전에 협상 마무리를 위한 중대한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UAE가 발주한 400억 달러(약 43조원) 규모의 원전 4기 건설공사를 2009년 12월 수주했다. 그중 200억 달러(1기당 50억 달러) 정도가 운영을 통해 얻는 수익이다. 지난 3월 17일 마산항을 출발한 1400㎿급 원자로는 지난달 30일 원전 건설지인 아부다비 서쪽의 바라카 지역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순방 중 UAE 군인의 훈련을 도우려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도 격려할 예정이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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