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 학생 모두가 폐품 모아|중학 입학금을 마련했다|군산 문화국교 6학년1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군산 문화국민학교(교장 김수겸) 6학년1반(담임 전봉렬) 어린이 60명(남36, 여24)은 폐휴지 및 빈병 모으기·학용품 아껴 쓰기·군것질 안하기·용돈 아껴쓰기 등으로 푼돈을 저금, 전 학급 어린이가 중학교 등록금을 마련하여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게 됐다.
이 학급 어린이 자치회장 이문창군(13) 등은 3월초 학급 회의를 열어 『등록금이 없어 진학을 못하는 불행을 없애고 등록금은 우리 손으로 마련하자』고 결의했다.
이후로 어린이들은 학교와 집에서 폐휴지 모으기·빈병 모으기·토막 연필 깍지 끼워 쓰기·공책 겉장과 빈자리 메워 쓰기·사치스럽거나 비싼 학용품 안사쓰기·군것질 안하기·용돈 아껴 쓰기 운동을 벌이며 여기서 나오는 푼돈을 저축해 갔다.
1인당 목표가 2만원. 저축 실적은 7개월째인 28일 현재 이군의 최고5만3천2백34원을 비롯, 모두 2만원을 넘겼다.
어린이들은 매주 토요일이면 그 동안 모은 폐품·휴지 등을 한데 모아 팔고 그 돈을 곧장 저금통장에 넣었다.
어린이들의 이 같은 저축 운동은 담임 전 교사의 성실한 지도가 밑거름이 됐다.
전 교사는 초년 군복무를 마치고 전북 순창에서 국민교 교사로 3년간 근무하는 동안 등록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하는 졸업생을 해마다 보아 왔다.
75년 이 학교로 전근해 온 전 교사는 입학철이면 등록금을 내지 못해 진학을 포기하는 어린이들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 운동.
학급 어린이들에게 「푼돈 모아 등록금 마련」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의했다. 『비록 형편이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어린이들이 넝마주이로 버는 돈으로 등록금을 내게 할 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항의도 있었다.
그러나 자녀들의 자립정신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라는 전 교사의 설명에 설득됐고 이젠 선생님이 고맙고 자녀들이 기특하다고 말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각자가 갖고 있는 저금통장을 내보이며 『등록금은 걱정 없어졌다』며 「자활」이 무엇인가를 몸으로 배웠다고 모두들 보람에 차 있다. <군산=현석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