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부장단 총사퇴 … 사장 퇴진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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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KBS 보도본부 부장단이 16일 일괄 사퇴 의사를 밝히며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임창건 KBS 보도본부장도 이날 사표를 제출했으나 반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보도국장이 사퇴한 데 이어 내부 갈등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사퇴를 표명한 부장단은 이준희 뉴스제작1부장, 김혜례 라디오뉴스부장, 이춘호 정치외교부장, 조재익 사회1부장, 최재현 대외정책실장 등 18명 전원이다. 부장단 전원 사퇴는 한국 언론 초유의 일이다.

 부장단은 이날 오후 ‘최근 KBS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일선 기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뉴스의 최전선을 지켜온 우리 부장들부터 먼저 책임지겠다. 최근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부장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길 사장의 사퇴도 요구했다. 이들은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라며 “KBS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길 사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공영방송 KBS와 그 구성원들을 욕보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9일 사퇴한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이런 결의가 당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님을 알기 바란다. 보도국장 재직 시절 사장의 지시를 받아 KBS 보도를 직접적으로 굴절시킨 책임자는 김 전 국장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KBS의 김주언·이규환·조준상·최영묵 등 이사 4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길 사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우리가 이번 사태에 대한 사실 확인과 추후 대책 등을 듣기 위해 15일 임시이사회에 길 사장과 김 전 국장이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며 “청와대 눈치 보기를 통해 자리보전을 시도한다면 우리는 KBS 이사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무에 따라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김 전 국장이 사퇴하며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길 사장도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민주노총 계열)는 청와대가 김 전 국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16일에 낸 성명서에서 “길 사장과 보도국 부장단 면담 자리에서 길 사장이 임 보도본부장에게 김 전 국장의 사표를 받아내라고 종용하며 ‘청와대에서 사표를 받으라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KBS새노조는 또 “더 이상 길 사장을 KBS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불복종 운동을 펼치겠다. 당장 19일부터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온몸으로 막을 것이다”고 했다.

 길 사장은 KBS PD(프로듀서) 출신으로 2012년 11월 사장으로 임명됐다. KBS PD 출신 첫 사장이자 내부 승진 사장도 처음이었다. 길 사장의 임기는 내년 11월까지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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