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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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지만, 특히 요즘과 같이 중소기업들이 심한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형편에선 이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시책은 더욱 절박한 요청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아, 이들의 건전한 육성·발전없이는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문제는 비단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으로도 큰 중요성을 갖는다. 중소기업은 사업체 수에 있어선 전체의 96%, 종업원은 45%를 점하고 있으며 생산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6%나 된다.
그런데도 최근에 들어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으며 심지어는 대기업에의 흡수, 합병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기업의 흡수, 합병은 자유경제체제에서 으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최근들어 중소기업들이 날로 설 땅을 잃어 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국민경제가 균형있게 성장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보완관계를 갖고 각기의 영역을 지키면서 커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소망스럽다.
물론 경제성장에 따라 기업의 집중화·대형화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으나, 중소기업은 그대로 고용효과·전문화·산업특화·지역발전 등에서 큰 장점이 있는 것이다. 기계·전자 등 중화학공업에서 조차도 무수히 특화·전문화된 중소기업의 계열적 뒷받침 없이는 대기업도 효율적인 생산·기업활동이 불가능하다.
대기업이 모든 것을 다하려 해선 자본·기술·원가면에서 감당할 수가 없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국민경제에 있어서 자동차의 앞뒤 바퀴와 같은 관계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은 대기업과의 계열적 관계를 어떻게 원활히 연결시켜 주느냐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호 보완하면서 호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의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물론 정부의 지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환경에도 큰 영향을 받지만 그러한 환경의 조성엔 역시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계열화를 위해선 정부에 의한 중소기업영역의 보호가 필요할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은 전문적 특화가 잘 안되어 있어 가격경쟁 등에서 매우 불리한 입장이다. 또 중소기업과 대기업과는 대등한 거래 관계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일정비율 우선 구매·중소기업영역에의 대기업침투의 사업조정·중소기업하청 대전의 지연규제 등에 있어서 실질적인 보호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도 중소기업의 보호적인 조처가 법적으론 구비되어 있으나 사실상 큰 도움을 못 주고 있다.
다음 중소기업의 체질강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계열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의 보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제품의 품질개선 및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제고와 특화·전문화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궁극적으론 국제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생산성면에서 특히 취약하다는 점에서 생산성향상을 위한 자금·기술·세제·행정면의 집중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때문에 현 중소기업대금의 지원제도·중소기업전담의 경영기술지도체제·중소기업지원 행정 등에서 많은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도 중소기업에 대해선 정부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또 내년에도 2천억원 이상의 중소기업자금을 투입할 계획으로 있으나 고도성장을 추구하는 현 경제정책기조 아래선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소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문제를 더 이상 유예하고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대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에서 더욱 그렇다.
중소기업문제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인식과 접근을 거듭 촉구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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