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으로 이리 복구작업에 참사 소식듣고 달려온 부산청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경배공업전문학교 2학년 허령군(21·부산시 부산좌구 구련산동 809의3)은 이리 참사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이리로 달려와 9일째 복구작업을 돕고있어 이재민들에게 큰 용기를 주고 있다.
허군이 복구작업을 돕기시작한 것은 13일 상오부터.
허군은 사고당일인 11일 하오9시쯤 TV축구중계를 보는 도중 TV자막으로 사고소식을 전해 들었을때는 단순한 사고라고만 생각했었으나 계속되는 속보를 통해 페허가 되버린 이리시의 참상을 알게된 후부터는 자신의 힘이 이재민들에게 별로 큰 도움이 되지 못 할지라도 보람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참을 수가 없어 현장에 뛰어들었다는것.
허군은 다음날 아침 아버지 허남표씨(52) 와 어머니 이용왕씨(48)에게 이리 복구현장에 가서 봉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여비8천원을 얻어 무작정 이리로 달려왔다는것.
13일 상오10시쯤 이리에 드착한 허군은 역주변 창인동과 막현동일대의 폐허를 돌아보고는 다시 한번 놀랐다. 「뉴스」로만 듣던 참상의 현장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이때만 해도 사고후 이틀이 지나 거리의 유리조각등은 대충 제거됐었으나 역주변은 가옥5백 여채가 완전히 파괴돼 이재민들이 페허에 묻힌 살림을 끌어내고 임시 몸담을 천막을 치느라고 어수선했다.
허군은 먼저 이리시 재해대책 본부에 들러 학생증을 제시하고 봉사하고 싶다고 자청했다.
재해대책 관계자들은 이재민을 돕기위해 1천리를 달려온 허군의 갸륵한 뜻을 받아들여 숙소를 마련해주고 봉사하도록 주선 했으나 허군은 끝내 이를 사양하고 피해지에 설치된 창인동 임시사무소 천막에서 잠자며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말없이 복구작업을 돕고있다.
허군은 그동안 창인동 김을순씨(61)집등 10여가구의 폐허지를 정리하고 16일부터 이들을 천막촌에 이사시켰다.
허군은 또 이번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친 이귀위씨(65)를 1㎞나 떨어진 병원까지 업고다니며 치료를 받게하고 밤에는 이재민과 야근을 하는 공무원들을 도와 주고있다.
창인동 피해지구에서는 허군의 이같은 사실이 알려져 어려울때마다 「부산청년」을 찾게 됐고 재해대책 본부에서도 허군을 내세워 이재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재해 대책본부는 허군이 그동안 너무 일을 많이 해 피로할 것으로 보고 쉬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21일에도 허군은 폐토정리에 땀을 흘리며 이번 봉사로 처음으로 보람을 느꼈다며 쉬지않고 삽집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