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법 비슷한 「계산무진도」(중)와 「강산무진도」(한)-두 작품 모두 초대작…「중국역대서화전」을 계기로 비교해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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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전시(25일까지)중인 중국의 역대서화 특별전에는 귀한 명화가 적잖게 포함돼 주목되고 있는데 그 중에도 송나라때 작품「계산무진도」는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대작이어서 한층 화제를 모으고 있다.
13세기초에 요절한 천재화가 하규의 최대 장권인 이 두루마리 그림은 길이 16m20㎝에 폭이 38㎝. 현대 중국 화단의 원로 장대천씨가 하규 제1의 대표작으로 지목했다는 실명이 붙은 작품으로 이번 한국에서의 특별전을 계기로 대만에서도 비로소 공개전시 되리라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에 비교될만한 한국의 대작이라면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초에 걸치는 화가 고송유수관도인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길이 8m45㎝에 폭44cm의 두루마리로 우리나라의 현존 그림으론 최장권이다. 이 두 작품은 만리강산을 소재로 한 점이나 우람한 산의 준법 등 상당히 닯은데가 있다. 이들 긴 두루마리는 벽을 장식하거나 걸어두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펼쳐가며 보는 감상용 작품.
그래서 그림의 내용에 있어서도 산의 높낮이와 돌·마을 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굴곡을 이뤄 전개된다.
하규는 남송 영종으로부터 금대를 하사 받고 직업화가로 최고의 영예를 누렸던 작가다.
그의 선배화가 마원과 더불어 당대 화원의 쌍벽을 이루었다.
이인문은 조선시대 문물의 개화기였던 영정연간에 단원 김홍도와 더불어 화원 산수를 압도하던 작가였다.
또 하규는 영감이 풍부하고 종횡으로 분방해 「매너리즘」이 강한 작가인데, 이인문은 어떤 화법이든 무불통달하고 옛 기존화법을 절대시 한데다가 북송의 부벽 준법을 따랐다. 시대는 서로 다르지만 두 사람에는 상통되는 점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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