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찍어만 내면 팔린다 서독에 괴기소설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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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본=이근경 특파원】서독만큼 괴기소실이 판을 치는 나라는 드물 것이다. 유령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이른바 괴기소실은 서독전역에 걸쳐 책방마다 수북이 쌓여 있을뿐더러 「소시지」나 「콜라」를 파는 구멍가게까지 진출, 좀 과상스런 표현을 한다면 괴기소실이 「라인」강처럼 범람하는 실정이다.
괴기소설의 취향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공통되듯이 서독의 경우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내용마저 황당무계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때로는 TV전쟁물보다 인기 높은 이 「청소년의 벗」은 한결같이 「드라큐라」가 어떻다거나 아니면 실연 당한 어느 성주의 딸이 유령이 되어 소름끼치는 복수전에 나선다는 이야기.
이러한 괴기소설 「붐」속에서 재미를 톡톡히 보는 측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출판사들이다.
신문기자출신의 「구스타프·하인리히·뤼베」가 경영하는 「바스타이」출판사는 연간 1억「마르크」(한화 약2백10억원)의 매상고를 올리면서 『제리·커튼』이란 괴기「시리즈」를 2억5천만권이나 찍어냈다는 통계―. 그리고 「함부르크」계의 「마벨·뫼빅히·셈라우」 출판사의 『페리·로단』「시리즈」도 3억여권이란 엄청난 양의 괴기소설을 쏟아내는 실정이다.
이들 양대 출판사의 시장점유율은 자그마치 3분의2, 나머지 군소출판사가 이를 추적하고있는데 서독최대의 신문「그룹」인 「악신·슈프링거」가 007「시리즈」로 대항하고 있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란 결론이다.
괴기소설이랬자 값으로 따져 1「마르크」20「페니히」(2백42원) ∼1「마르크」50「페니히」(3백15원)이며 발행 붓수는 3만∼5만권 안팎―. 출판사들은 인기없는 재고품을 즉각 회수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출고시키는 방법으로 독자를 자극. 거의 대부분 전량판매에 성공하고있어 기업으로도 탄탄대로를 걷는다는 편이다.
이러한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행정당국은 청소년들의 정서문제를 크게 우려하고 있으나 법적인 제재방안이 없는데다 출판사측이 권선징악론으로 맞서 괴기소설「붐」은 앞으로도 고개를 숙일전망은 없다.
더구나 고도로 발달한 기계문명의 그늘 속에서는 괴기소설만큼 매혹적인 것도 없기 때문에 이러한 「붐」은 더욱 번창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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