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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의 3배, 환경산업 지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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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군호
㈜에어릭스 대표이사

히든 챔피언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강한 중소기업을 뜻한다. 세계 2000여 개 히든 챔피언 가운데 독일 기업이 1307개, 미국 366개, 일본이 220개인 데 비해 한국 기업은 23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글로벌 히든 챔피언들의 공통점은 하나의 시장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문화된 제품 생산에만 집중해 세계 시장을 지배한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가 주목한 시장은 바로 ‘환경 산업’ 분야다.

 우선 환경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분석기관인 EBI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환경 시장은 8990억 달러(약 921조원) 규모에서 2017년 992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약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중동·남미 등을 중심으로 환경 인프라 구축이 활발해지면서 환경 기술에 대한 수요가 매년 8~9% 정도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환경 산업은 시장을 세분화해 전문적인 기술을 개발하기에 적합한 산업군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기환경관리 분야를 보자. 독일의 라인루프트는 30년 동안 미생물을 활용한 바이오필터에만 집중했다. BMW와 같은 세계 유수 기업의 공장에 납품하며 세계 바이오필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환경 산업 분야에도 이렇게 오랜 경험과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환경 전문 중소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다만 이런 기업들이 글로벌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은 히든 챔피언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소기업에까지 이어져야 한다. 즉 환경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중기들의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줘 자연스레 수요를 창출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 개선, 국가 안전시스템 구축 등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김군호 ㈜에어릭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