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열차 폭발…이리서 대 참사|사망·실종 60명·부상 천 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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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임시취재반】11일 하오9시10분쯤 전북이리역구내 하행 선에 대기 중이던 대전기관차사무소 소속 제1052 화물열차에 실린 「다이너마이트」등 폭약 24t8백10㎏이 폭발,51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으며 1천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12일 정오 현재 전북도 당국 공식집계. 이 사고로 이리역 건물을 비록, 폭발지점에서 반경 1㎞이내에 위치한 창인동·모현동·중앙동등의 가옥6백75채가 전파되고 1천2백89채가 반파 됐으며 7천5백여 채가 유리창이 깨어지는 등 가벼운 피해를 보았다. 이재민도 1만여명. 그러나 인명피해는 복구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고원인은 12일 낮2시 현재 밝혀지지 않았다.

<관계기사2,7면·당진 속보6면>
또 폭발과정에서 생긴 폭풍과 불길 등으로 화물열차 7량이 전소되는 등 모두 30여량이 전복, 전파되는 바람에 호남선·전라선이 불통됐다가 12일 상오7시쯤 전라선이 개통되고 호남선도 낮12시 개통됐다. 사고직후부터 5시간동안 이리시 전역이 정전,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가옥피해액만도 51억원으로 추정되고있다.

이 화약은 인천한국화약에서 제조, 민수용으로 광주로 운반하기 위해 11일 상오 이리역에 도착, 11일하오9시40분쯤 출발예정이었다.
화차에 타고 있던 책임호송원 신무일씨(36·한국화약직원·인천시 논현동66)는 폭발직전 화차를 탈출, 달아났다가 12일 상오 이리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전북도 당국은 이리시청종합 상황실에 사고대책본부(본부장 채의석 이리시장)를 설치하고 피해상황집계·복구·구조작업등을 펴고 있으나 12일 정오 현재 정확한 사망자·피해액 등을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직후 현장에는 최경록 교통부장관·신현확 보사부장관·이호 한적총재·김성주 치안본부장 등이 나와 대책을 협의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했으며 황인성 전북지사가 복구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당국이 집계한 피해는 다음과 같다.

▲인명피해 =사망5l명·실종9명·중상2백20명·경상8백15명(도합1천76명) ▲이재민=9 천9백73명▲건물피해=전파 6백75동·반파 1천2백89동·소파
7천5백66동(도합 9천5백30동) 건물 피해액 51억4백51만원.

<시가>대부분 한국과 「이란」의 「월드·컵」축구중계방영을 TV로 시청하고 있던 역 주변 주민들은 앉아서 날벼락을 맞았다.
사고지점에서 5백m쯤 떨어진 성기영씨(42·창인동2가1)는 3남매를 안방에 재워놓고 문간방에서 TV를 보던 중 천지를 울리는 폭음과 함께 지붕이 무너져내려 장남 종근군(16·이리남중2년) 2남종원군(12·남창국민교5년) 장녀 경숙양(8·남창국교1년)등 3남매가 모두 압사하는 참변을 당했다.

역 앞의 창인동 일대 5백여 가구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듯 지붕이 날아갔거나 기둥이 부서져 길거리에는 이불 등을 내놓고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는 시민들의 울부짖음 속에 수라장을 이뤘다.
이리역 바로 앞에 위치한 삼남극장에서는 하춘화「리사이틀」 을 관람하던 관객 7백여 명이 폭음과 함께 무대와 극장 천장이 내려앉고 정전이 돼 서로 먼저 탈출하려고 입구로 몰려 관람석 의자가 모두 뒤집히고 5명이 그 자리에서 밟혀 죽기도 했다. 이밖에도 사고 지점에서 반경 4㎞안에 있는 건물의 유리창은 모두 박살나 거리는 마치 눈이 온 듯 유리조각이 수북히 깔려 있었다.

임시취재반 사회부=모보일·박준영·김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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