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다" "득이 많다"-미서 「유전자 조작」 찬반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금 미국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놓고 과학자들 뿐 아니라 정치가와 일반 시민들간에도 열띤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전자 조작의 연구가 계속될 경우 그것이 인간 생활 뿐 아니라 지구상의 생명 전체에 미칠 영향 때문에 이 세기적인 과학 논쟁은 일반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유전자 조작이라는 것은 억제 효소라는 물질을 이용하여 한 생명체의 DNA (디옥시리보 핵산)의 분자를 분리시켜 이것을 다른 생명체의 DNA와 결합시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DNA합성의 발견이 53년의 DNA 구조의 발견만큼이나 혁명적인 발견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 연구가 안고 있는 엄청나게 심각한 위험성을 처음으로 인식, 74년7월 유전자 조작 연구를 일시 중단한다고 선언했었다.
학자들은 DNA 합성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생명체가 불치의 질병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고 새로운 생명체의 모체로 사용될 「박테리아」가 실험실 밖으로 탈출해 무서운 질병을 퍼뜨릴 것이라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DNA 합성 연구는 이런 위험성 못지 않게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
DNA 결합을 극단적으로 이용하면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과학자, 「피카소」 같은 천재 화가의 DNA를 이용하여 많은 천재 과학자와 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제너럴·일렉트릭」사에서는 벌써 자동차의 기관 밖으로 흘러나오는 기름을 흡수하는 「박테리아」를 유전자 조작의 기술로 번식시키는 특허를 신청해 놓고 있다. 유전자 조작이 가장 크게 공헌할 분야는 농업.
DNA 합성 기술을 이용, 콩과 식물의 유전자를 다른 식물에 이식시키면 질소 비료가 필요 없는 밀이나 쌀을 개발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의학 분야에서도 유전자 조작의 지식을 이용하여 암 세포를 포함한 모든 세포의 번식과정을 확실히 알게 되고 당뇨병 같은 난치병의 치료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 연구를 중지하라는 여론이 너무나 높다.
이에 따라 76년7월에는 국립보건원이 DNA 합성 연구 지침을 발표하여 연방 정부의 보조를 받는 연구 기관에 적용하고 있다.
그 요지는 위험한 실험의 금지, 실험실에서 탈출해도 생존할 수 없는 「박테리아」의 사용 등이다.
하원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나왔고 상원의 과학소위원회는 11월초에 세 차례의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어떻든 세상에 「아인슈타인」이나 「피카소」가 득실거리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가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논쟁은 의회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