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 제의에 긍정적 회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 정부는 3일 박동선 사건 해결을 위해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가 새로이 제의한 외교 교섭 안에 대한 회답을 공식 통보해 왔다. 박동진 외무장관은 이날 상오 10시30분부터 40분간 외무부를 방문한 「리처드·스나이더」 주한 미 대사로부터 미 측의 답을 통보 받고 양국간 외교 교섭 재개에 따른 구체적 협의를 진행했다.
박 장관과 「스나이더」 대사간의 요담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 자리에서 미측은 한국이 제의한 박동선씨와의 면담 장소 및 제3국행 가능성에 대한 융통성에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한국 측은 박동선 사건이 이 사건으로 인해 야기된 미 의회의 청문회, 미국의 철군 보완책에 있어서의 이의 제기, 김형욱 사건 등과 포괄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을 마친 후 박동진 외무장관은 『오늘 회담은 대단히 유익 했으며 이러한 회담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고 『미국 측으로부터 고무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일단 외교 교섭이 재개됨으로써 한미 양국은 우선 박동선씨 조사의 절차·방법 등을 논의할 것이며 까다로운 몇몇 문제에 진전이 있을 경우 예상보다 빨리 미 측 수사관이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한국 측이 방법 절차 등에 융통성을 보였다고 해서 교섭이 한쪽에 일방적인 양보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이 사건의 배경에는 양국의 국내 문제, 사회 문화적인 특수 여건들이 복합되어 있으므로 쌍방이 서로 이 같은 요인을 충분히 양해하지 않으면 타결은 어려운 고비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번 법무 회담에서 미국은 박동선씨의 자유 의사를 그들의 공권력이 미치는 주한 미 대사관에서 면담 타진할 것과 본격적인 조사는 제3국에서 거짓말 탐지기를 두고 하자고 주장했으며 한국 측은 주권 존중·국내법의 범위·국제 관례를 내세워 우리 정부 기관도 아니며 주한 미 대사관도 아닌 서울의 제3장소에서 미측 수사관이 박씨를 만나야 한다고 주장 했었다.
이날 요담에는 이치용 정무 차관보, 박쌍룡 미주 국장과 미 측에서 「클라크」 참사관이 배석했으나 마지막 10분간은 박 장관·「스나이더」 대사 단독 회담으로 진행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