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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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ILO는 「인터내셔널·레이버·오거나이제이션」의 약칭. 우리는 국제노동기구라고도 한다. 1919년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창설된 노동에 관한 세계적인 공 기관이다.
「베르사유」 조약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의 새로운 국제 질서를 이루어 놓은 하나의 주춧돌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영국과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질서이기도 했다. 그 무렵 미국의 상원이 이 조약의 비준을 거부한 사실은 인상적인 일이었다.
ILO는 바로 그 조약의 13편 『노동』의 규정에 의해 만들어 졌다. 노동 조건의 국제적 규제 내지는 국제적인 노동자 보호가 그 조직의 목적이었다. 19세기이래 ILO는 특히 인도주의적 입장을 강조해 정치 색을 벗어나려고 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엔」이 설립되면서 ILO는 「유엔」 협정에 따라 사회 정책 분야의 전문기관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따라서 종래의 「노동자 보호」라는 소극적인 역할에서 사회 일반의 생활 수중 향상이라는 적극적인 운동으로 관심을 넓히기 시작했다. 현재 1백3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ILO는 다른 국제적 공 기구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가입국의 정부 대표 뿐 아니라 그 나라의 대표적인 노사 단체의 대표도 참가할 수 있는, 이른바 「3자 구성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점이다.
ILO의 활동 가운데는 획기적인 업적들도 없지 않다. 8시간 노동제나 사회 보장제 등에 대한 요구는 오늘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개발국에 대한 기술 원조, 새로운 분야에 대한 생산성 문제 등에 ILO는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1969년엔 이런 활동으로 인해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 미국은 바로 이 ILO에서의 탈퇴를 선언했다. 이미 2년 전인 75년11월 당시의 「키신저」 미 국무장관은 그런 의사를 공식으로 전달한 바도 있었다. 미국은 정권이 바뀌고 나서도 끝내 그 의사를 관철해 버렸다.
미국의 불만은 공산 제국과 제3세계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 사사건건 미국을 괴롭혀온 현실에 있는 것 같다. ILO 예산의 거의 30%를 부담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그런 불만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악사에게 돈을 많이 준 사람은 곡목을 주문할 때의 발언권도 그 만큼 크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더구나 중동 문제에 있어서 ILO는 미국에 대한 반대 입장을 옹호하고 있었다. 미국으로서는 도무지 못마땅한 일일 것이다. 어쩌면 「유엔」망의 무력화에 대한 미국의 냉소가 그렇게 나타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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