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병상의 시름잊고 흥겨운 한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환자에겐 사랑을, 의사에겐 신뢰를-.』
입원중인 환자와 치료를 담당한 의사·간흐원이 서로의 사랑과 믿음을 두텁게 하는 제1회 서울적십자병원 체육대회가 30일 상오 적십자병원 앞뜰에서 열렸다.
이자리에는 입원중인 2백30여명의 환자중 기동이 가능한 1백여명과 보호자 2백여명, 의사·간호원 1백여명등이 참석, 흥겨운 한때를 가졌다.
특히 환자들은 보조지팡이나 「휠·체어」등에 의지하면서도 의사들과 어울려 말굽던지기·과자따먹기·빈병굴리기·사격·밀가루속 엿찾기등 「게임」으로 병상의 시름을 달랬다.
「효녀심청」으로 소문난 천인숙양(15·중환자실입원)은 1년5개월만에 사람들속에 묻혀 맡은 못하면서도 『아아』하는 소리를 질러가며 손뼉을 치고 즐거워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천양은 소녀가장으로 지난해 7월8일 신문을 팔아 번 5백원으로 불구의 부모를 위해 쌀을 사러가다 「택시」에 치여 겨우 목숨은 건졌으나 아직도 뇌기능마비로 기억력상실·언어장애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첫돌 지난 아기정도의 의식밖에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것.
간병부 임복래씨(52)의 부축율 받으며 말굽던지기에 출전한 천양은 처음 던진 말굽이 안걸리자 실망한 표점을 짓더니 두 번째 것이 성공하자 펄쩍 뛰어오르며 환하게 웃어 기쁨을 나타냈다.
또 병원장 배병주박사가 상품으로 밥그릇·수건등을 건네주자 천양은 간병부 임씨 품에 안겨 두손에 상품을 높이들고 『아아』하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체육대회를 주최한 병원장 배박사는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환자와 의사·간호원사이는 더 화목해야 한다며 늘 찌푸리고 지내던 환자와 가족틀이 잠시나마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형욋과 503흐에 입원중인 이건우씨(22·서올서대문구홍은2동200의5)는 다리에「기프스」을 한채 「휠·체어」에 앉아 과자따먹기 「게임」에 참가한후 흐르는 땀을 닦으며 『병상에 누워 있는 것보다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여러사람과 어울려 뛰고나니 마옴이 가쁜하다』고 맡했다.
또 신경욋과 253호 금형달씨(36·경기도수원시)는 척추와 왼쪽 팔·다리를 다쳐 역시 「휠·체어」에 앉아 외아들 판규군(10)·부인 원인자씨(35)와 함께 말굽던지기·과자따먹기등에 참가, 상품으로 받은 비누·수건·치약등을 내보이며 자랑하기도 했다. 금씨는 71년10월 이 병원에 입원한 이후 6년만에 가장 즐겁고 흥겨운 하루였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이 체육대회를 매년 봄·가을에 열기로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