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화의 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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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캐나다」는 나라 안팎이 지금 분열의 위기에 있다. 압도적으로 「프랑스」어를 쓰고있는 「퀴베크」주가 독립선언을 한 때문이다.
「퀴베크」주의 인구는 6백10만으로 그중 81%가 「프랑스」계다. 「캐나다」전국으로도 27%나 된다.
이처럼 많은 「프랑스」계가 영계에 눌려왔지만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단일민족이라고 꼭 언어가 하나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스위스」는 4개 국어를 쓴다. 그런가 하면 「스페인」어는 20개 민족의 언어이기도하다.
그러나 언어가 민족을 하나로 묶어 놓는 가장 큰 힘이라는데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잡다한 『인종의 도가니』라는 미국이 하나로 뭉쳐지는 것은 영어가 국어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여기 비한다면 「캐나다」는 『「모자이크」사회』에 지나지 않는다.
영어와 「프랑스」어의 두개로 사람들이 완전히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퀴베크」의 영계인구 19%는 다른 곳으로 도망갈 채비를 꾸리고 있다. 영어는「퀴베크」에서는 『적성어』인 것이다.
그러나, 같은 언어, 같은 민족이면서도 지금 한반도에서는 「캐나다」이상으로 끔찍한 단절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8, 19일 양일간에 걸쳐 국토통일원에서는 『남북이질화문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여기서 보면 불과 30년 사이에 같은 한국어가 전혀 딴 언어로 바뀌고 말았다.
가령 『무질서하다』와 『무연하다』, 『전시물』과 『직관물』, 『솔선수범』과 『이신작칙』…. 전혀 생소한 외국어와 진배없다.
하기야 언어란 시간과 함께 바뀌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류학자「모리스·스와데시」에 의하면 1천년에 19%정도가 바뀔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어계가 같은 두개의 언어는 1천년 후에도 66%는 공통이다. 그러니까 오늘의 우리말과 이북 말처럼 달라지려면 적어도 1천년이상이 걸려야했다. 그게 불과 30년 사이에 달라진 것이다.
이것은 물론 북괴의 의식적인 언어정책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핏줄이 같고 한 영토 안에서 살아도 언어가 다르면 하나의 민족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한 것이 바로 김일성 자신이라고 한다.
표준어를 애써 이른바 『문화어』로 바꾸고 우리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새 말을 꾸며 나간 것은. 그러니까 민족의 영구적 분단을 노린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말과 외국어인 일본말과의 공통율도14%나 된다. 따라서 우리말과 이북 말이 완전한 외국어가 되는 날도 멀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이질화가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심포지엄」관계자들은 염려하고 있다. 정녕 말부터 통하지 않는다면 더욱 대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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