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이샨드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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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벨」상「시즌」이 시작되었다. 올해는『「노벨」상의 꽃』인 문학 부문의 수강자가 제일 먼저 밝혀져 눈길을 끈다.
「비센데·알레이샨드레」라는「스페인」의 노 시인-. 우리에겐 도무지 생소하기 만한 이름이다. 외신조차도「스페인」언어권 바깥의 사람에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시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 시의 나라로 가야 한다. 시인을 알고 싶으면 그 시인의 나라로 가야 한다』-.
「괴데」가 한 말이다. 사람조차 생소한데 그의 시를 우리가 이해하기란 더욱 어렵기 만한 일인 것 같다.「스웨덴」한림원은『「스페인」서정시의 전통과 현대사조에 뿌리를 내리고 우주와 현대사회 속의 인간조건을 밝혀 온 공로』를 평가하고 있다.
「알레이산드레」의 생애를 일별 하면,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시작 같기도 하다. 20대의 나이에 신종 결핵에 걸려 전원에 묻혀 살며 오랜 투병생활을 계속했다. 병상에서의 작품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고독과 절망 속에서의 시작 생활은 필경 절박한 삶의 절규 같은 것이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야말로 밀도 높은 생명력의 결정체가 시로 승화했을 것이다.
「스페인」의 내란을 겪고「프랑코」정권이 들어서자 많은 지식인들, 예술가들은 그 고국을 버리고 떠나갔다. 그러나「알레이샨드레」는 병고를 이기며 내란의 공포를 견디고「프랑크」통치 아래서의 고독을 극복했다. 그때의 심경을 그는 이렇게 술회한 일도 있었다. 『그것은 살아 남기 위해 싸웠던 시기였다. 결국 나는 이 고난을 이겼고, 오히려 그 시련의 극복과 함께 진실 되고 뜨거운 숨결로 시를 쓸 수 있었다.』
영국의 시인「T·S·엘리어트」는『위대한 시인은 자신을 쓰면서 또한 자기 시대를 그린다』고 말했다. 「알레이샨드레」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 같다.
문학이 이처럼 한 인간의, 그리고 한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라면 새삼 우리의 주변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고유한 문학적 전통은 물론이며 역사의 축적도 어느 나라 못지 않다. 모진 시종의 역사도, 장엄한 역사도 모두 갖고 있다.
「노벨」상이 모든 창작 행위의 목적은 결코 아니지만 그 평가의 한 척도가 되는 것이라면 우리와 멀리 있어야 할 인연도 아닌 것 같다.
나라가 번영하고, 또 그 이상으로 도덕적으로도 강해지면 언젠가는 그「노벨」상쯤 은 우리의 품에도 안겨질지 모르겠다. 세계의 지평 위에서 의젓하고 떳떳한 나라가 되는 것만이 그런 명성을 바라볼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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