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서 출판사 겸업「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화사들이 경영하는 출판사가 큰 활기를 띄고 있다. 문공부에 등록된 14개 영화사 가운데 출판에 본격적인 힘을 쏟고 있는 영화사는 한진흥업(대표 한갑진), 자성사(대표 김용덕), 태창흥업(대표 김태수)등 3개 사. 그러나 이밖에 5∼6개 사가 출판사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영화사들의 출판업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영화사들의 출판사업은 처음엔 각 영화사가 수입하는·외화의 사전 PR의 한 방편으로 번역 출판물에 손을 댄 게 그 시작이었다. 그러나 독서인구가 늘어나 책이 잘 팔리자 독립사업으로 확대되었다.
더군다나 영세한 출판업자에 비해 영화사를 배경으로 한 이들 출판사는 든든한 자본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출판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몇몇 유명 외설의 번역이 고작이던 것이 이제는 문학·아동·철학·사전류 등 발간도서의 종류도 다양해 졌다. 이밖에 영화사가 출판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를 살펴보면 ⓛ영화에 비해 제작비가 싸면서도 영화에 못지 않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②영화와 문학이 비슷한 계열의 문화 사업인데다가 영화화에 따른 원작 확보의 한 방편이 되며 ③영화의 서양화에 대비한 장기적인 기업 안목 등으로 꼽고 있다.
영화사 가운데 제일 처음 출판에 손을 댄 영화사는 자성 사로 74년 5월에 출판사 등록을 했다.
그러나 큰 실적을 남기지 못했으며 본격적인 출판「붐」을 일으킨 회사는 75년 2월에 등록한 한진흥업. 당초『로키』『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뿌리』『대부』등 주로 영화관계 서적을 번역·출판해 왔으나 지금은 문학·아동·사전류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40여 편을 간행, 일반 출판사에 못지 않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또 최근에 등록한 태창흥업도 1백 권을 목표로 한「태창 문예신서」를 기획, 이미 안수길·이범선·정연희씨 등 중견작가 이상의 신작 9권을 선보이고 있다.「태창 문예신서」는 반드시 신작만을 대상으로 해 초만에 1만 부 이상을 발행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초판 1만 부는 평균 3천부 발행에 비하면 대단한 물량이다..
출판이 활발해지면서 각 영화사들은 정을병·이문구·염재만·진경호씨 등 중견작가 및 번역 문학가 등을 기용, 전문 출판사에 못지 않은 제작「팀」을 구성해 열을 올리고 있다. 영화사들의 이런 출판 참여에 대해 한 출판 관계자는『출판사가 늘어난다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지만 지나치게 인기 도서에만 치우치지 말고 전문인에게도 필요한 전문도서 및 양서 간행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