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재 인상 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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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공 등 정유3사가 적자 등을 이유로 또 다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다. 국내 유류 가는 지난 5월에 4·275% 인상되었고. 7월에도 부가가치항의 실시에 따른 유 종간 가격조정이 있었다.
정유3사의 유가 인상 요구는 금년 들어 국제 원유 가가 10%정도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산가에 제대로 반영 안 돼 금년에 경영적자가 난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과연 정유3사가 현 유가로 적자를 보느냐 하는 것은 정부 당국에서 면밀한 검토가 있을 줄 안다. 만약 정유 3사가 모두 적자가 나는 것이 틀림없다면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산가의 재 인상이 불가피 할 지 모른다.
그러나 정유회사의 경영적자가 어떤 기준에 의해 산출된 것이며, 얼마만큼의 이익을 요구하고 있는지는 국민 모두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숫자적인 근거를 떠나서 정유3사의 경영과 석유 가에 대해선 상당한 의문을 많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정유 가가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아 유가 인상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정유 3사가 너무 폭리를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 때문에도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강세인 현 물가에 유가를 올리는 것은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미 물가는 9·9%나 올라 금년 물가 억제선 10%의 유지는 거의 절망적이다.
따라서 숫자적으로 아무리 유가 재 인상의 근거를 맞출 수 있을지 몰라도 이를 연내로 실시한다는 것은 범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다.
과거에도 몇 차례 경험한 바 있지만, 정유회사들의 영업 전망에 대해선 상당한 의문점이 있다.
76년에도 계속 엄살을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정유3사에서 무려 2백억 원 이상의 흑자를 냈다.
「오일·쇼크」후 국내기업들이 모두 심한 경영곤란을 받고 있을 때도 정유회사만은 독야청청 막대한 이익신장을 기록했었다.
한 은의 76년 기업 경영분석을 통해서 보더라도 총 자본 경상이익률이 제조업 평균의 4.6%에 비해 석유·화학은 7·9%나 되며 매출액 경상이익 율도 제조업 평균 3·9%예 비해 석유·화학은 5·3%이었다,
정유회사들의 채산성이 얼마나 좋으냐 하는 것은 유공과 호유에 투자한「걸프」와「칼덱스」가 이미 투자 원본의 90∼2백%를 송금해 갔다는 것만으로도 단적으로 증명된다.「걸프」등 이 국내에 재투자한 것까지 고려하면 이들이 얼마나 큰 이익을 보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걸프」와「칼텍스」는 한국의 정유공장에 투자함으로써『「알라딘의 등잔』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정유회사의 막대한 이익은 결국 높은 유가에 의한 국민부담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정유회사들의 경영은 외국 투자 선이 쥐고 있으며, 정책적으로도 이들의 이익을 보장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에 있다.
「걸프」등 국내 석유재벌은 원산 공급·수송에서 회사경영·기술지도까지 전수하고 있어 정부의 가격정책 등에 큰 제한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외국 자본의 힘이 석유 가에서 단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석유가 문제는 두고두고 정책적 제약요건이 될 것이다.
물론 당장 눈앞에 닥친 석유가 인상요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도 문제지만, 합작회사에 의한 정책 제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차제에 종합적으로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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