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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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는 수도권 교통난 해결을 위해서는 지상 노면 교통대책 만으로는 이미 어쩔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렀으며, 대중교통 수단의 근본적인 혁신이 있어야 하겠다는 것은 벌써 오래된 요청이었다.
이러한 실정에서 서울시 당국이 6일 강-남북을 잇는 지하철 2호선 건설계획을 최종 확정, 82년까지 완성목표로 이를 내년부터 착공키로 한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하루 8백95만5천명의 교통 인구를 가진 서울의 교통사정은 이제 가는 곳마다 승차 난과 교통체증이 겹쳐 그 불편은 이루 말할 수도 없을 정도다.
서울의 교통난은 전체 교통인구의 80%가 수송수단의 5.2%에 불과한 5천2백44대의 「버스」에 의존하고 있는데 다 도로 율 마저 13%에 지나지 않는 등, 한마디로 대중 교통시설이 물리적·경제적 한계성으로 인해 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승객1인 1㎞당 교통 효율을 도로면적의 기준으로 볼 때 지하철은 0.11평방m인데 비해 승용차는 3평방m, 「버스」는 1평방m이다. 「버스」는 지하철의 9배, 승용차는 28배의 도로용지가 소요되는 셈이다. 시간당 속력도 지하철은 40㎞명인데 비해「버스」는 14㎞(종로의 경우)로, 지하철 보다 2.8배나 느리다.
결과적으로 지하철은 교통 공학적인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데 반해 현재의 서울과 같은 「버스」위주의 수송체계는 지극히 비경제적임이 자명하다. 여기다 지하철은 노면교통에 비해 사고가 거의 없는 안전한 수송 수단이다. 동시에 지상의 인파를 지하로 흡수하여 복잡한 도시 교통의 소통을 가속시켜 준다. 뿐만 아니라 매연·소음 등 공해 요인까지 해결해 주는 이점을 갖는다.
따라서 지하철 제2호선의 건설은「버스」위주의 대중 교통「패턴」을 효율적인 것으로 바꾸고, 기존 지하 점유의 효용성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도 진작 있었어야 할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다만 막대한 예산으로 추진되는 2호선의 노선이 순수한 교통 정책적 차원에서 추진되지 못하고 도시 재배치 계획에 따른 인구소산의 방편으로 이용된 것 같은 인상을 줌으로써 그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있는 점은 커다란 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강남 인구가 2백39만 명(33%)인데 비해 강북 인구는 4백86만 명(67%)이나 되고, 행정·사회·문학 등 모든 기능이 강북 도심 업무지구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정작 2호선이 아쉬운 곳은 강남보다 강북 쪽이기 때문이다. 현재 강남으로의 인구소산이 저해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교통불편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첫째로는 강북보다 월등히 비싼 강남의 땅 값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행정기능의 강북 집중현상임을 부인치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강남으로 인구소산을 위해 지하철을 그곳에 먼저 건설하겠다는 충고는 투자효율을 외면하고, 본말을 전도한 것으로 과연 본래의 효과를 얼마만큼이나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전철과 같은 고속 교통 시설을 대규모로 건설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만큼 이를 지방자치 단체에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1천6백92억 원이란 거금을 들여 2호선 48.8㎞를 건설해 보았자 수송능력은 1, 2호선 합해서 고작 전체 교통인구의 15%에 지나지 못한다.
교통이 눈에 띄게 원활해지려면 적어도 교통인구의 50%이상을 지하철이 맡아 주어야 한다. 이렇게 되자면 앞으로 3, 4, 5호선이 모두 건설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총 1조원의 건설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어느 한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마련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려도 어려울 일이다.
따라서 시급한 교통난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는데는 3, 4, 5호선 지하철이 되도록 앞당겨 건설되도록 중앙 정부의 직접적 재정지원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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