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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경협 관계의 새 국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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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8차 한미상공장관 회의가 28일부터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회의의 주요 관심사는 ①통상증대 ②경제협력 ③어로 ④차별선임 문제 등 한미간에 현안으로 남아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 것이냐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한미관계는 정의관계에서 계산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재평가되고 있어 그러한 흐름이 상역면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주목되는 바라 하겠다.
우선 한미간의 무역관계는 우리의 기준으로 볼 때 지난 75년을 고비로 해서 흑자기조로 전환되고 있어 대일 무역관계 보다는 훨씬 순조로운 것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의 수출신장세가 높음에 따라서 미국측이 때 이르게 수량규제·상계관세 등으로 이를 누르려하기 때문에 국내산업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측으로서도 국내적으로 실업문제 무역적자 문제가 있어 불가결한 면이 없지는 않으나 한국경제의 개발을 적극 지원하던 미국으로서는 개발의 성과가 정착되기도 전에 대미수출상품의 80%에 이르는 광범한 품목에 수입억제조치를 취함으로써 우리의 개발추진에 차질을 주고있음을 깊이 유의해 주기 바란다.
다음으로 경제협력 관계의 지속적인 유지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조화를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는바가 있으므로 이번 상공장관회의에서 타결의 실마리를 얻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우리의 개발정책은 이제 중화학건설을 본격화시키는 국면이므로, 고도의 새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측의 적극적인 협력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정부가 요청하고 있는 미수출입은행 차관사업만도 13억5천만「달러」에 이르고 있는 것이며 그 중에는 그동안 여러모로 견제와 상위현상을 보인바 있는 사업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고도화가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고차원의 안목을 부인할 수 없는 한, 기엽말적적인 계산이나 책략을 지양하는 대국적인 협력자세를 미국측에 요청하고자 한다.
한편 2백해리 어업전관수역 안에서의 어로 문제는 그 보시전의 어로실책이나 한국원양 업계의 투자실정을 깊이 감안했어야 이성적인 해결방법이 나왔을 것이다.
이러한 이해의 바탕이 없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어분「쿼터」를 8만t 수준으로 묶음으로써 50만t 수준의실적과 시설투자를 한 우리업계로 하여금 도산 위기를 겪게 한 것은 매우 유감 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협력관계에서 이처럼 상대방의 사정을 전적으로 묵살하고 처리한다는 것은 적어도 합리주의 정신을 근본으로 하는 미국측의 자세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점 깊은 고려가 마땅히 있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모든 현안문제가 이번의 상공장관 회담으로 원만히 풀릴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상호이념을 존중하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주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양식을 갖고 있는 한, 현안해결을 위한 방법과 일정을 찾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아무쪼록 많은 성과를 얻음으로써 한미 양 국민의 후생증대에 이바지할 수 있는 상공장관회의가 될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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