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적군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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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 적군파가 또다시 「파리」를 떠난 JAL기를 「봄베이」상공에서 납치하였다. 이번 납치범은 소위 「일고특공대」.
지난 75년8월에 5명의 적군파가 「콸라룸푸르」의 미대사관을 점거한 일이 있었다. 이들은 지금 모두가 「리비아」에 갇혀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그 중의 한 사람인 일고민언은 「요르단」의 구치소안 변소에서 양말을 이어 목메어 죽었다.
이번 「특공대」도 그의 이름을 딴 모양이다.
이번 범행은 제법 동기가 뚜렷하다. 동경에 수감되어 있는 10명의 적군파동료를 석방하라는 것이다.
적군파의 생리는 지극히 비합리적인데 있다. 지난 70년 적군파의 원조인 용전수가 선언하기를 『중요한 것은 정의의 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폭력(군사력)을 지닌 「불한당」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리하여 그는 「일인일살」의 「경대빨치산유격군단」을 만들었고 여기에 오늘의 대장 중신방자가 합류하였다.
그러니까 적군파에게는 폭력 그 자체가 존재이유라고 볼 수 도 있다. 그리고 이들이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과 손을 잡고 있는 것도, 또 「리비아」같은 나라에서 이들을 「우군 전사」라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뉘우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72년 「로드」공항에서 24명을 살해, 지금 「이스라엘」에서 복역중인 한 범인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반생하고 있다.
지금 적군파의 본처는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 「아라비아」반도남단의 남「예멘」이란 말도 있고 북동 안의「소말리아」라는 말도 있다.
분명한 것은 「자칼」이라는 국제「테러리스트」인 「카를로스·마르티네스」도 적군파의 등뒤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온 세계를 무취로 삼고있지만 지금 적군파의 정식대원수는 15·16명 정도라고 일본의 공안당국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한 주먹의 「테러리스트」에 의해 온 세계가 깜짝깜짝 놀라야 한다니 정말로 딱한 일이다. 새삼스레 폭력의 무서움을 실감케 한다.
지난번 「콸라룸푸르」사건 때에는 동경에 갇혀있던 적군파 5명을 석방해야 했다.
그때의 범인 일고가 왜 자살했는지를 알만도 한데 이번 JAL기 납치범들도 애써 그의 이름을 빌어쓰고 있다.
그때처럼 이번 납치극도 성공(?)하기를 바란 때문일까? 숨죽이는 긴박감이 온 세계를 감돌고 있는 가운데 그들은 1백56명의 인명을 놓고 흥정하려 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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