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적인 통일관 전쟁만은 원치 않는다-중앙일보 「사회의식조사」의 분석(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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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중앙일보」가 창간12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전국사회의식조사」는 3천6백명을 대상으로 한 대형 사회조사로 표본을 전국에 배분하였다고 하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한 것이다. 이와 함께 표본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있다.
또 남녀의 배분도 남자가 51.3%, 여자가 48.5%로 균형이 잘 잡힌 분포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조사는 조사지점을 정하여 각 지점에서 20명씩을 골라 전략적으로 분포하였고, 주로 면접을 통하여 국민들의 의견을 조사하였다고 하는 점에서 훌륭한 기획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가지 방법론상의 문제점은 이 사회에서 중요한 정책결정을 하는 연령층은 40대와 50대이므로 20대(40%) 보다 50대(5.7%)의 표본 수를 약간 눌렸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조사를 세분해서 ①국가 사회의 관심사 ②서정쇄신 ③정부가 해결해주기 원하는 문제 ④남북통일에 대한의견 ⑤국회관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분석하면-.
①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연령에 관계없이 미군철수문제(64.8%)라는 점과 그 다음이 물가(44.4%)다. 이밖에 교육문제와 서정쇄신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쟁위기」도 상당히 높은 관심거리지만 미군철수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므로 미군철수가 우리 국민들의 관심사 가운데에서는 단연 으뜸이다. 국민들의 관심사중 남자와 여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반응을 보여 주목을 끈다.
즉 남자가 여자보다 미군철수 서정쇄신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있는데 반해 여자가 남자보다 물가·공해문제 등에 대하여는 훨씬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②서점쇄신에 대한 설문을 보면 국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서경쇄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아직도 「작은 부조리는 없어졌으나 큰 부조리는 그대로 있다」는 반응을 보여 정부는 계속 이 문제를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남자(약16%)가 여자(약9%)보다 이 서정쇄신의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외국의 조사와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학력별로는 대학이상의 졸업자중 많은 수(41%)가 깨끗해졌다고 응답했으나 큰 부조리가 21%나 남았다고 대답한 사실은 아직도 서정쇄신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음을 뜻한다.
③물가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것은 남녀가 일치해 나타난 반응이다. 비율로 보아 여자가 더 많은 관심(약10%)을 나타내고있다. 이 같은 결과는 물가에 관한 지난 75년도 필자의 조사와도 일치해 아직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임을 증명하고있다. 또 여자는 자녀의 교육비·진학난·공해·식수난과 같은 가정주변의 일에 더욱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④한편 남북통일에 대하여 국민들은 분단현상이 굳어지더라도 전쟁은 피해야 한다고 보고있고 통일에 대하여 매우 비관적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60대여성의 경우 전쟁을 해서라도 통일을 이룩해야 된다는 응답이 42%나 된 것은 해방전세대의 통일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⑤한편 국민들의 국회관은 불신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반영됐다.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수도 상당히 많다. 이 문제에 대한 남녀의 차는 거의 없다. 【유종해<연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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