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2기 내각, 백지상태서 시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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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따른 대국민담화와 관련, “많은 의견을 수렴했고 연구 검토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조만간 이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현오석 부총리(왼쪽),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국무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완구 원내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 “그동안 많은 의견을 수렴했고 연구 검토한 그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조만간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다. 박 대통령은 11일에도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해 대국민담화에 담을 내용을 조율했다. 이날도 오전 10시부터 세 시간 가까이 대국민담화에 담을 내용을 토론했다. ‘브레인 스토밍(자유발언을 통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회의 방식)’ 형식을 가미한 국무회의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하기 전 진도 팽목항을 다시 방문할 필요가 있다거나 희생자 가족과 만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한다. 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세월호 수습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일부 부처 장관은 박 대통령 앞에서 “책임이 크다”는 자성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주로 장관들의 제안을 들으면서 메모를 했다.

 이와 관련, 이완구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는 개각을 앞두고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 이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은 솔직히 각료들의 소신·전문성과 책임의식이 조금 결여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료들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다”고도 했다. 그는 “2기 내각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정무적 판단까지 겸비한 전문적인 인사들이 포진돼야 한다”며 “철저한 국가관과 사명감이 있는 인사들을 중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백지에서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비상한 시국이기 때문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관련, “솔직한 사과와 함께 사고 수습과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고 전반적인 국가 개조의 방향을 진솔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가) 우리의 고도 압축성장 과정에서 온 적폐이기 때문에 앞으로 철저히 국가개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 국민들이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회의에선 공직자와 민간업계의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복수의 장관들이 내놨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정부 산하기관이나 국가·지방사무를 위탁받은 민간협회 등에 퇴직 공무원이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선 박 대통령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한 참석자가 소개했다. 특히 산업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 등 유착 논란의 대상이 된 부처에서 문제점을 토로하며 개선책을 밝혔다고 한다. 이번 사고 대응 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된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해경과 해양수산부 관할 이원화 문제, 3000개가 넘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인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의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토론이 있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의 국회 처리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법안은 정부 발의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 참석자가 “법안이 통과되면 전직 관료가 해당 부처에 청탁하는 길이 막혀 로비를 둘러싼 각종 폐해가 줄어들게 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신용호·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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