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낙방 생을 어찌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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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8학년도 대학입시는 본고사 경쟁률이 평균 5대1로 추정돼 마침내 입시사상 최고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는 체력장 검정응시자를 기준으로 하여 추정된 대입예시 응시자 수가 사상 최고의 36만6천4백43명에 이르렀으나 대학정원은 고작 7만2천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서 연유하는 이른바 대학의 심각한 흡인능력 부족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도에는 20만4천6백73명이라는 유례없는 대량의 고교졸업생들이 낙방의 고배를 들어야 하게 됐다.
고교졸업생들의 취업이 거의 보강되지 않는 여건 하에서 20만 명에 육박하는 젊은이들이 진학도 취업도 하지 못한 채 무위도식하는 유휴인력으로 범람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야말로 당사자 개인의 불행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는 절박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대로 나간다면 계속 증가되는 고교졸업생 인구의 파고가 몰아올 사회적 반작용이 멀지 않아 사회의 안녕 기조까지 위협하는 사태에 이르지 않을까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경제성장과 인구증가에 따라 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늘어 날 수밖에 없고, 보통 교육인구의 이러한 증가는 자연히 대학교육을 받으려는 학생의 숫자를 늘리게 마련이다.
내년도 대입희망자수가 전례 없이 늘어난 것도 이른바「3수 감점 제」등 재수생 대책으로 누적된 재수생들이 한꺼번에 몰린 탓도 있지만, 응시자중 내년도 고졸예정자가 24만1천50명으로 77학년도보다 12%나 증가한 현상을 간과할 수 없다.
이 같은 교육인구의 팽창추세를 두고 볼 때, 우리나라는 이제 지금까지와 같은 고식적·소극적인 대학정원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가 왔음을 절감하지 앉을 수 없다.
그 동안 우리나라 대학의 진학희망자 대 모집정원의 비율은 71년의 33·4%에서 77년엔 23·9%, 78년엔 22%선으로 떨어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적령인구에 대한 대학생 비율은 엄격한「엘리트」위주 대학교육을 실시해 오던 영국조차도 근년에는 19%에 이르고,「프랑스」마저도 24%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만이 8%선으로 무리하게 억제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더구나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고급인력의 공급은 사회적 필요라는 관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
벌써부터 전국의 유수 기업들은 연일 새 일군 확보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인재난에 부닥쳐 갖은 고충을 겪고 있지 아니한가.
이런 상황에서 고등실업자의 양산 우려나 수도권인구 억제정책 등을 이유로 폐쇄적인 대학정원억제책을 고수하는 사고야말로 사회변화의 추세를 외면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교육 력, 특히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은 바로 국력이라는 논리가 옳은 것일진대 대학을 향한 진학의 좁은 문은 하루빨리 대담하게 넓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인적·물적 시설이 우수한 기존 대학들에 대폭적인 정원증원과 함께 야간대학을 병설케 하고, 학위과정을 둔 방송통신대학제도를 과감히 도입함으로써 큰 재정을 들이지 않고서도 질적으로 세련된 대학교육의 기회를 크게 넓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줄 안다.
이로 인한 대학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면 입학정원을 늘린 대신 엄격한 졸업정원제와 같은 제도를 실시하는 방안도 바람직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나라의 교육정책이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소명을 저버리는 결과를 빚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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