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 완역 출간한 두계 이병도 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학술원 회장이며 사학계의 태두 두계 이병도 박사 (82세)가 우리 나라의 가장 오랜 고전인 『삼국사기』를 번역하면서 상세한 주석을 달고 또 원문의 틀린 것을 바로잡아 최근 을유문화사에서 2권의 책으로 냈다.
이 박사가 『삼국사기』 번역본을 내기 시작한 것은 1941년. 단문 문고로 3권을 내고, 나머지 2권은 6·25를 만나 인쇄소에서 원고 째 잃어 버렸다. 그리고 27년의 세월이 흘렀다.
『남이 보기엔 우스운 일 같으나 역주 당사자로선 고통이 큰 일이지요. 요즘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른 연구와 논문으로 실적을 내려하지 이런걸 잘하려 하지 않는군요. 더구나 원본의 잘못된 글자를 교감하는 일은 아주 따분한데 역사학의 정확성을 기르기 위해 이른바 교감학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일반 번역서와는 달리 고사의 출처를 캐어 밝혀야하고 옛 지명을 현대 지명으로 지적해야 한다. 이제까지 나온 논문들을 모두 섭렵해 참고로 삼고 역사의 잘못된 해석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책은 노학자가 평생동안 해온 연구의 결정체라 할까.
원고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백제사 부분은 워낙 기록 자체가 소략해서 주석을 통해 사료를 많이 보충하는 수밖에 없었다. 고려 인종 때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너무 사대 사상에 치우쳐 있음도 감안해야 한다. 당시 우리 나라의 금석문자를 널리 채취해 판독했더라면 내용이 더 풍부했을 터인데 역시 그 점이 소홀했다. 이 박사는 역주하면서 이런 사료를 많이 보충해야 했다고 한다.
「비취모」는 「캄보디아」산 비취조의 깃털.
『역사란 글자 한자라도 소홀하면 엉뚱한 해석을 내리게 됩니다. 오늘날엔 그 뜻이 감춰져 있지만 한자 한자에 깊은 연유가 스며있는 까닭이죠.』 이 박사의 후학들에 향한 당부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