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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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4년부터 74년까지 10년간 땅 값이 무려 2천6백%가 올라 같은 기간의 도매물가 상승률 4백%에 비해 약6배의 상승 「템포」를 보였다.
64년부터 10년간은 급속한 개발계획의 추진과 도시화로 땅 값이 이례적으로 높이 뛴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땅값 상승이 물가상승을 앞지르고, 나아가 그것을 선도하고 있으니 틀림 없는 사실인 것 같다. 땅값의 폭등 「템포」가 근년에 들어 다소 수그러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선 또 다시 폭동 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데 바로 문제가 있다.
이웃 일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좁은 국토에서 급속한 공업화를 추진하면 땅 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과거보다는 다소 완만할지 몰라도 앞으로도 땅 값은 계속 오르는 추세가 될 것이며, 정책의 초점도 상승세의 둔화에 두어야 할 것이다.
땅 값의 급등은 여러 가지 면에서 폐해와 부작용을 빚는다.
당장 생산원가를 상승시켜 전반적인 물가등귀를 자극한다. 벌써 공장용 대지의 구득난과 가격상승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것이 설비투자 부진의 한 요인을 이루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땅값의 지속적인 상승은 부동산투기를 자극, 상대적인 생산부문의 심체를 가져온다. 땅값 상승으로 인한 투기이익이 횡행하면 정상적인 생산활동에 의한 이윤추구의 의욕이 줄 것은 뻔하다. 이런 풍조가 만연되면 사회활력과 창의성·성실성의 저하로 나타날 것이다.
지가대책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개발의 면에서도 큰 의의를 갖는 것이다. 땅값의 상승은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경제개발과 이에 따른 도시화 등으로 토지에 대한 수요는 급속히 들어 나지만 공급은 제한되어 있다.
수요에 못 미치는 공급에 의해 땅값의 앙등은 필연적인 추세라고 볼 수 있다. 또 근본적인 공급부족과 이로 인한 땅값상승은 토지에 대한 가수요를 유발하고 이는 수급 격강를 더욱 심화시킨다.
그 동안 정부에선 땅값상승을 막기 위하여 각종 세금제재·인공도시개발·토지금고설립·산업재배치 계획 등 여러 조처를 취하고 있으나 땅값 상승의 큰 흐름을 막지 못한 것은 근본적인 수급격차의 완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물론 토지투기에 대한 각종 제재가 땅값 억제에 도움이 된 것은 틀림없으나 그것으로 상승요인의 근원을 제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땅값의 안정은 수급의 원활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먼저 공급 면에선 토지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점이 가장 우선되어야겠다. 좁은 국토에서 토지의 공급에 제약이 많은 만큼 제한된 공문을 가장 합리적으로 상응하는 방안을 생각해야할 것이다. 그 동안의 토지공책에서 너무 성급한 계획추진과 시행착첩로 인해 공문의 낭비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서울주변에 실제 댁지상태로 있으면서 집도 못 짓고, 그렇다고 원상복준도 못하는 많은 토지가 방치되고 있음은 좋은 예다. 도시에서 땅값이 크게 오르지만, 도시재개발 등을 통해 기존토지의 이용도를 높일 수 있는 여지는 아직도 많다고 생각된다. 또 인공도시나 행정수도 등으로 좁은 국토를 계속 파헤칠 것이 아니라 기존도시의 재개발이나 매립에 의한 토지조성 등 근본적인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토지의 수요면에서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국 토를 망라한 합리적인 이용 계획을 세움으로써 단위이용도를 높이고 가수요의 억제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다.
가수요나 토지투기의 억제는 안정기조의 정착이 가장 근본적인 대택이고, 기술적으론 사람별 토지소유상황의 파악·추적등도 한 방법이 될것이다.
정부 스스로도 자전의 필요 때문에 재산세과표 등을 갑자기 올리거나 국공유 토지 등을 비싸게 맡아 결과적으로 땅값앙등을 부채질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해야겠다. 특히 성급한 개발계획으로 땅값을 춤추게 하는 행위 등은 더욱 그렇다.
땅값 안정은 결국 정부가 안정기반의 구축에 보다 확고한 소신을 갖고 모든 정책초점을 그것에 맞출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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