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의 화·섭·등 삼두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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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당「11전대회」는「모사상의 계승」을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투쟁상으로는 비문혁계의 종국적인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 점은 화국봉 정치보고가 시종일관 강조한「문화혁명종결」선언이나 「사회주의의 근대화」란 문구에 단적으로 나타나 있으며 새로 임명된 정치국원의 인맥을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우선 당의 최고지도부인 정치국원 23명 가운데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문혁 초기에 숙청되거나 비판받았다가 복권된 고참간부들임이 눈에 띈다.
이들 비문혁계 고참간부들은 대별하여 2개의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1932년의 영도회의와 35년의 모택동-장국도투쟁 때 모와 대립했던 유백승과, 등소평 등 제2야전군계다.
여기엔 허세우·진석련·서향전·이덕생 등 주로 강청과 임표하고 대립했던 고참군인들이 포함된다.
둘째 범주는 문혁기에 비판받았다가 주은래의 비호로 살아났던 행정·기술관료들이다. 기등규·이선념·여추리·경표 섭영진 등이 바로 그런 인물들이다.
화·섭·등의 3두 체제는 말하자면 그 2개 인맥의 제휴에 바탕한 「장정세대」의 연립적인 중도정권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정권을 굳이 「중도」라고 지칭해도 무방할 이유로는 그것이 객관적으로는 유소기노선과 강청노선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하튼 중공 신체제의 앞으로의 정책방향이 내부모순간의 「천하대란」보다 안정 단결 속의 「천하대치」로 기울 가능성만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천하대치」란 끝없는 정치투쟁이 초래한 반국가 상태에 종지부를 찍고, 중공을 본격적인 근대국가의 모습으로 재정비·발전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따라서 북경의 새 지도부는 앞으로 근대국가로서의 기본요건을 갖추기 위해 관료기구의 확충·합리주의적인 경영방식의 도입·현대적인 기술관료의 배양 및 군사과학의 발전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부체제의 합리적 경영이나 「국가」로서의 체제정비가 곧 대외정책에 있어서의 유소기·팽진 팽덕회 노선으로의 전면 복귀를 의미한다고 간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화국봉 정치보고가 강조했듯이 오늘의 북경 신체제는 문화혁명의 기본취지인 반수·반소 노선만은 계속 확고히 이어나갈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관련해 화국봉 정치보고는 지난날 등소평이 제기했던 「3개의 세계론」을 다시금 공식 인준하는 가운데 소련사회제국주의가 미국보다 더 위험한 전쟁의 화근이라고 못박았다. 그리고 그 「화근」을 도려내는 실천강령으로서 섭검영은 제3세계와 제2세계간의 광범위한 연합과 제휴를 제창하고 있다.
이「반패권」적인 통일전선의 필요성을 화국봉 정치보고는 『국내외의 모든 적극적 역량의 동원·단결할 수 있는 모든 세력과의 단결』이란 말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결정에 따라 중공은 앞으로 EEC제국·동구「자주파」·일본·제3세계 및「아세안」과의 제휴관계수립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의 핵 전략과 「유럽」주둔 군사력 및 중부태평양과 「오끼나와」주둔군사력을 유리한 대소 견제력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 관한 한, 중공의 기본적인 자세엔 별다른 질적 전환이 있을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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