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 추천은 얼마나 될까-유정회의 선거초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79년초엔 3기 의원을 뽑게 되는 유정회-. 정치권보다는 정책권에 머물러 요즘도 숱한 대 정부건의안을 만들어내고 있는 유정회는 그렇다고 해서 공화·신민당 사이에서 주고받아질 선거법 개정이나 총선 대비에 무관심 일수만은 없다.
지역구 출신과는 달리 재선을 위한 「운동 무대」도 없이 오직 추천자인 대통령의 재량권에만 의존해야 하는 유정회 의원들은 그런 점에서 임기 말이 가까울수록 재선에 관한 한 더 불안해지는 입장이다.

<독주인상 주지 말자>
공화·신민당이 여름휴가를 즐기는 동안에도 유정회 정책연구실은 거의 매주 △해외인력 수급방안 △공고 육성방안 △석탄광 개발방안 등 내용 있는 정책건의를 생산.
윤주영 연구실장을 중심으로 한 연구실「팀」은 「내일의 한국」이란 주제로 각계 각분야별로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을 분석, 예단한 방대한 책자도 곧 발간할 예정.
내년도 예산안 심의 방향을 예비 검토하는 각 분과위별 회의도 빠짐없이 열며 소관별 중점사항을 사전 「체크」.
유정회 예산안 예비 검토는 공화당과의 합동심사에 앞선 것으로 공화당에서는 『일에 모범이란 말은 듣겠지만 독주인상은 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견제구.

<2기 탈락률은 약31%>
빠르기는 하지만 유정회로서 관심의 초점은 3기 추천 때 현재의 73명중 몇 명이나 재 추천되느냐의 문제.
지난 76년3월 2기 추천에서는 23명이 퇴임, 탈락률은 31%.
그러나 3기의 탈락률은 더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2기 때와는 달리 임기6년인 지역구 의원들과의 「균형」이 고려될 필요가 없고, 약3분의2가 이미 2번의 추천 혜택을 받아 6년간 금「배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오직 한 분만이 알 일』이란 말로 유공회 의원들은 이 문제에 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으나 벌써 30%선, 50%선, 또는 「대폭교체」 「중폭교체」등 여러 가지 추측이 돌고 있다.
그러나 의원들은 유정회의 「계속성」또는 「법통」 유지를 위해 전면 교체는 없으리라고 보고 있으며 중론은 최소한 30%이상 잔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공화당 지배 끝내야>
누가 남고 누가 탈락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설은 없다.
다만 △평의원보다는 회직자 △1기보다는 2기 의원의 잔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상식선의 추측.
유정회의 골격계승을 위해서는 회간부의 잔류가 필요하고 6년을 지낸 1기보다는 2기에 한번 더 기회를 주지 않겠느냐는 추리가 이 추측의 근거.
그러나 반론도 있다. 현역 1기는 이미 3년간의 선임 「데스트」를 「패스」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2기는 아직 「데스트」기간 중에 있고 유신국회 정립을 위해서는 「스타팅·멤버」인 1기의 경험이 중시될 것이라는 논리가 그것.
어떤 의원은 또 『이젠 공화당 인물의 유정회 지배시대는 끝나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대부분 공화당 출신인 회 간부의 장기 재임에도 이의를 달고 있다.
J의원 같은 이는 유정회의 기능·역할에 비추어 △전문성이 발휘되는 인사 △자기희생을 무릅쓰고 대야견제 역을 할 수 있는 인사 등이 잔류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지대 인물들은 탈락될 것이라고 추천 기준을 미리 분석.
유정회 73명중에서도 김종필 전 총리·백두진 의장·현오봉 정책위의장·구태회 국회부의장·민병권 무임소장관 등의 재 추천여부와 지역구로의 전환 가능성 등은 정계판도를 가름하는 점에서도 중요 관심사.
그렇지만 요직기용설, 지역구 출마설 등이 떠도는데서 머무를 뿐 누구도 뚜렷한 진로를 점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소·세미나 활발>
의원들은 그런대로 「실속」을 쌓느라 암중모색하는 것이 실정. 원내활동을 제외한 유정회 의원들의 활동은 주로 「총화 활동」이란 이름의 집권안정을 위한 외곽활동.
그중 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손대고 있는 것이 연구소 활동·강연·저술 등.
연구소를 가진 의원은 권일(일본문제연구소) 한태연·갈태근(한국헌법학회) 김기형(인류사회재건연구원) 김도창(행정과학연구소) 김명회(한국학술연구원) 박정자(여성문제연구회) 백영훈(한국산업개발연구소) 신상초(중국문제연구원) 이성근(동북아문제연구소) 이진의(현대정치연구회) 정재호(중앙홍보문제연구소) 장동식(치안문제연구소) <이상 무순>등으로 줄잡아도 15명선.
저작 활동도 공화·신민 의원보다는 활발해 20여명선-.
연구소를 가졌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일본·미국 등의 저명한 학자·전문가를 불러 「세미나」를 여는 것도 유행사업의 한 종류.
최근 철군문제·박동선·김형욱 사건 등이 터지자 오정근·함명수·서영희 의원 등은 대외홍보에 장기를 발휘. 이도선·변우량 의원 등은 일본 순회 강연진.

<왜 지역구 손대느냐>
공화당과의 엄격한 「지역구 불가침 협정」 때문에 유정회 의원들의 지역구로의 발돋움은 표면화되진 않고 있으나 일부 의원의 지역구 야심은 만만찮다는 주변의 평이고 공화당의원은 극도로 이를 경계.
강원도 출신 C의원이 고향 군수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사실이 이 지역 출신의 K공화당 의원에게 알려져 빚어진 냉전, 모 유정회 의원이 타도의 한 지역구 주민의 건의 사항을 중앙에 전달한 사실을 안 이 지역 출신 공화당 의원이 『왜 남의 지역에 손대느냐』고 항의한 「에피소드」등은 지역구를 둘러싼 공화·유정간의 긴장감을 말해 주는 예.
과거 출마, 또는 공천 경합의 경력이 있거나 출마설에 올랐던 유정회 의원과 공화당 의원간에 같은 지역구를 가진 예를 보면-.
△고재필·문형태(담양-화순-곡성) △구범모·권일·변우량(이상유정) 황재홍(예천-강경) △구태회·최세경(진주-진양-삼천포-사천) △김세배·김종철(천원-아산-천안) △김충수·김상년(의성-안동) △민병권·정우식(거창-함양-산청) △안종렬·백남억(금천-금릉-장주) △신광순·박준규(경산-달성-고령) △이도선·김상영(광양-여수-여천) △장동식·신현호(성주-칠곡-군위-선산) △최영철·강기천(목포-무안-신안) △최형희·서상린(평택-용인-안성) <무순> 이밖에도 송호림(광주)·최자근(강릉) 노진환(광주) 정재호(대구) 박정자(춘천) 김세련(공주) 신범식(청주) 권중동(안동) 권효섭(봉화) 김명회(예천)의원 등이 고향에 기반을 가진 「케이스」. 홍병철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가 공화당 의원이 없는 제주는 현오봉 의원의 공화당 「롤·백」가능성이 나도는 지역.

<옆집 얘기에도 민감>
교체기가 다가오면 옆 사람의 집안 얘기에도 민감한 반응. 신민당 일부에서 유정회 73석을 득표 비율에 따라 여야가 나눠 갖도록 하자는 비례 대표제화에는 『유신체제 자체를 부정 하거나 변질시키려는 저의가 있다』고 극한 자세로 반대. 어느 유정회 간부는 『의원직에만 연연해한다면 제2 유정회로 간판을 바꿔 달고 들어 오라』고 힐난.
이런 말들에서 나타나듯 선거권에서 초연할 수만은 없는 유정회다.
그러나 아직 정책활동에 만 힘을 쏟고 있고 정책활동이나 체제 지원활동은 바로 재선과도 통하기 때문에 이 같은 유정회 활동은 앞으로도 폭을 좁히지 않을 것 같다. <송진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