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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억짜리 끝내기 축포 … 공포의 돌연변이, 손흥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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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레버쿠젠 손흥민이 11일 브레멘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포효하고 있다. 이 골로 레버쿠젠은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한국축구의 돌연변이’ 손흥민(22·레버쿠젠)의 시즌 마지막은 별명인 ‘손세이셔널(손+센세이셔널)’처럼 강력했다. 손흥민은 11일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 아레나에서 끝난 2013~2014 독일 분데스리가 최종 34라운드에서 브레멘과 1-1로 맞선 후반 7분 피날레 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동료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자 머리로 방향을 틀어 골망을 흔들었다.

 52일 만에 터진 시즌 10호 골(컵대회 포함 12골). 지난해 함부르크 소속으로 12골을 뽑아낸 손흥민은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유럽 무대에서 박지성(33·에인트호번)과 박주영(29·왓퍼드), 설기현(35·인천)이 한 시즌 10골 이상을 넣은 적은 있었지만, 한국 선수가 유럽 빅리그에서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건 1985~86시즌 차범근(61) SBS 해설위원 이후 무려 28년 만이다.

 손흥민의 골이 천금 같은 결승골이 되면서 레버쿠젠은 브레멘을 2-1로 꺾고 4위를 확정했다. 레버쿠젠(승점61)은 5위 볼프스부르크(승점60)를 따돌리고 4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했다. 팀 동료 베르트 레노(22)는 손흥민을 업어주며 자축했다.

 UEFA는 메인 홈페이지에 손흥민 사진을 게재하며 ‘손흥민의 골로 레버쿠젠이 분데스리가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손흥민에게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2점(낮을수록 좋은 평가)을 부여하며 ‘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로 가는 길을 열었다. 레버쿠젠은 2000만 유로(약 283억원)의 챔피언스리그 배당금을 얻을 기회를 다시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ESPN은 이날 브라질월드컵을 빛낼 22세 이하 영건 22명을 꼽으며, 네이마르(22·브라질)·마리오 괴체(22·독일) 등과 함께 손흥민을 선정했다.

 손흥민은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4위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왔어야 했다”고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도발적이고 톡톡 튀는 소감처럼 손흥민은 한국축구의 돌연변이다. 손흥민은 문전을 향해 과감하게 돌진하며, 공간을 파고들어 스스로 해결하는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다. 독일 빌트는 손흥민을 ‘수퍼소닉’에 비유했다. 수퍼소닉은 고슴도치 캐릭터가 가공할 만한 스피드로 적을 무찌르는 컴퓨터 게임이다.

 손흥민의 성장 과정은 무협 만화에 나올 만한 스토리로 가득 차 있다. 28세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프로축구 선수에서 은퇴한 부친 손웅정(52)씨는 춘천으로 낙향해 차남 손흥민을 독특한 방식으로 지도했다. 중3 때까지 기존 시스템인 학원축구를 접하지 않게 하고 오로지 혼자서 아들을 가르쳤다. 주위에서 ‘미친놈’이라 손가락질도 받았지만, 하루에 1000개씩 슈팅 훈련을 함께했다. 손흥민도 혹독한 훈련을 묵묵히 견뎠고, 키 크기 위해 우유에 밥과 라면을 말아 먹기도 했다.

 지난여름 역대 한국인 최고 이적료 1000만 파운드(약 150억원)에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기존 한국 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슛을 장착하고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한국 아마추어 학원축구의 때가 덜 묻어있다. 최대 장점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강력한 양발 슈팅이다.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자신감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지난 3시즌간 도움 3개에 그쳤던 손흥민은 올 시즌 어시스트를 7개나 기록하며 이타적인 선수로도 업그레이드됐다.

 리서치업체 PMI는 지난 9일 브라질월드컵에서 가장 기대되는 한국 공격수를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손흥민이 29.8%로 1위에 올랐다. 같은 H조 알제리의 에이스 소피앙 페굴리(25·발렌시아)는 “손흥민은 화염 같은 위협적인 존재”라고 경계했다. 한국 에이스 역할을 맡게 될 손흥민은 “경계 대상은 벨기에의 에당 아자르(22·첼시)와 마루앙 펠라이니(26·맨유)다. 알제리와 러시아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편 구자철(25·마인츠)은 같은 날 함부르크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20분 어시스트를 기록해 3-2 승리에 기여했다. 마인츠는 7위를 지켜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예선 출전권을 따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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