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아내의 동의하에 하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성행위 도중, ‘이제 그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남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 대다수의 남자들은, 성행위 도중의 ‘STOP’ 사인을 ‘괜한 내숭이나 심술’ 이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남녀간 성행위와 관련해 이목을 끄는 판결이 나왔다. 남녀 합의하에 섹스를 했더라도 도중에 파트너가 중단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하지 않고 계속하면 강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성행위 중간이라도 사람의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해, ‘동의’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부부관계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어떤 해석이 내려질까? 우리나라의 현행법상 부부 사이에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관계 도중에 부인이 중단 사인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이를 무시하고 폭행·협박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면서 강압적인 관계를 가진 경우에는 남편의 행위에 대하여 폭행죄·협박죄 또는 상해죄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부부 성폭행의 사례와 이에 대응하는 법을 짚어봤다.

취중 폭력을 동반한 성관계 요구

Q 결혼 2년차에 접어든 제 언니에 대해 상담을 드립니다. 신혼 초에는 그렇게 잘하던 형부가 요즘에는 주벽, 도박벽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젠 가정폭력까지 일삼고 있습니다. 회사의 스트레스로 인해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하려고 했지만, 날이 갈수록 그 증세가 심해져 이제는 더 이상 결혼생활조차 견뎌내기 힘든 상황까지 와버렸다고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요즘은 새벽에 들어와 씻지도 않은 상태로 언니와 강제적으로 부부관계를 가지려고 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며칠 전에는 약간의 폭력까지 행사하면서, 강압적으로 부부관계를 가졌다고 털어놓더군요. 처음엔 언니도 부부라는 인연으로 그냥 참아보려고 했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형부의 행패에 이제는 모든 걸 포기한 채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는 연을 맺고 살고 있지만 서로간의 의사는 존중해야 맞지 않습니까?

A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현행법상 부부 사이에서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현행 형법에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297조)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내 판례와 학계의 다수설은 이같은 강간죄가 부부간에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부부는 성을 서로 향유하는 특수한 관계이지 뺏고 뺏기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70년 대법원이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는 설령 남편이 폭력으로써 강제로 처를 간음했다 하더라도 강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판결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내가 남편을 형사적으로 처벌받게 하고 싶을 때에는 강간죄로 고소해서는 안 되고 폭행죄나 강요죄로 고소를 해야 합니다.

언니로서는 앞으로는 형부의 강제적인 성교 요구에 확실히 거부 의사를 보여야 하고, 그럴 경우 예상되는 폭력에 대해서는 경찰 신고를 통해 대응을 해야 합니다. 동시에 법원에 접근 금지 명령 신청도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폭력행위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 확보가 중요하므로, 반드시 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거나 폭행을 당한 사진을 촬영하여 고소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부부로서의 한계를 넘어설 경우에는 이혼심판 청구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부강간이 발생하면, 어떤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할까

부부간의 성관계시 발생하는 형사적인 문제(폭행, 협박, 상해 등)에 관해서는 우선 관할 경찰서나 검찰청에 고소를 제기할 수 있다. 위 문제를 포함한 가정폭력과 관련해서는, 현재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상담소에서는 가정폭력 상담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통해 신고할 경우, 사법 경찰 관리가 즉시 현장에 임하여 응급조치를 취하게 된다. 필요한 경우 판사는 접근 금지, 격리 등의 임시 조치 및 보호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획 : 강승민(여성중앙) | patzzi 노영선

기사제공 : 팟찌닷컴 (http://www.patzzi.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