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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시장 이제 무릎 수준, 길게 보고 투자 나서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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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호 18면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은 벌써 달아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기업은 이미 한 발 늦은 것일까. 글로벌 회계법인 KPMG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후변화·지속가능성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성우(사진) 대표는 “전혀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시장은 아파트값으로 치면 아직 허리만큼도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이 무릎쯤에서 왔다 갔다 할 때 재빨리 들어가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기업은 아직 준비가 불충분하다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 모두 고성장 시대 DNA를 벗지 못했다. 눈앞의 이익만 좇느라 장기 투자를 못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구환경과학과 환경공학, 경영학으로 학·석·박사 학위를 각각 땄다. 기후변화 관련 이슈로 세계은행(WB) 부총재 외부자문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성우 KPMG 기후변화·지속가능성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인터뷰

-저탄소 시장에 국내 기업의 진출이 늦다.
“아쉽긴 하다. 국내 대기업들이 10년쯤 전에 기술력 있는 풍력·태양광 업체를 인수했으면 지금쯤 얼마나 큰 과실을 거두고 있었을까, 생각하면 아쉽다. 하지만 지금도 안 늦었다. 바로 지금 하면 된다. 돈만 조금 더 주면 된다. 주택 가격 상승기에 아파트 사는 것과 똑같다. 바닥은 놓쳤지만 아직 올라갈 여력이 충분하다.”

-지금 투자를 서두를 준비는 됐나.
“그게 좀 회의적이다. 40~50년을 바라보는 투자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유럽 기업들은 50년 뒤 탄소 감축 목표를 정해놓고 설비를 바꿀 때 이를 적용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10년 뒤 탄소 감축 목표도 제대로 안 나와 있다. 지금 저탄소 설비를 도입하지 않으면 10년 뒤에 설비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데도 그렇다.”

-원인이 뭘까.
“유전자(DNA)가 다른 것 같다. 선진국은 저성장을 오래 겪었다. 멀리 보는 게 습관이 돼 있다. 우리는 고성장 시대의 DNA가 있다. 회사는 단기 실적을 따져 1, 2년마다 경영진을 바꾼다. 정부도 그 똑똑한 공무원을 1, 2년마다 발령 내 길게 보지 못하게 만든다. 다 성장통이라고 본다. 우리가 연임을 못하고 5년마다 정권을 교체하는 것도 권위주의 시대 후유증 아닌가. 장기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기업에 새로운 사업을 제안한다면.
“복잡할 것도 없다. 최근에 ‘클린에너지 5대 트렌드’란 보고서가 한 민간업체에서 나왔다. 각 가정과 기업이 전력을 각자 발전해 쓰는 ‘분산 전력’, 정부가 아닌 도시별로 자발적 탄소 배출을 줄이는 ‘지역별 탄소 감축’, 단열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를 쓰고 폐기물을 전량 재활용하는 ‘제로 에너지 빌딩’, 인터넷으로 차량과 주거를 공유하는 등 친환경 활동을 함께하는 ‘클린 웹’, 도시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수직형 농장’ 등이다. 이 다섯 가지 트렌드만 좇아가서 아이템을 찾아도 충분하다.”

-한국도 내년 탄소배출권 거래가 시작된다.
“경제가 워낙 안 좋으니 정부가 지난 정권에서 정한 감축 목표를 설마 다 지키라고 하겠느냐고 눈치를 보는 기업이 많다. 워낙 큰 투자가 필요한데 불확실성 때문에 결정을 못 내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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