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한국주장 많이 반영…「보완」실천이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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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10차 한미안보협의회의는 미국측이 제시한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를 원칙으로 전제하고 한국측이 그에 따른 보완조처를 요구하는 입장이었던 것이 특징. 회담결과는 ▲미2사단 주력의 철수최종단계까지의 잔류 ▲한미연합사 설치 ▲2사단장비의 무상이양 ▲주한 미 해·공군증강 등 대체로 한국측의 보완주장이 많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관심의 초점이 된 미 지상군의 철수규모·일정에 대해서는 공동성명은 78년말까지 제1진6천명(1개 여단)의 철수만 분명히 하고 나머지 지상군의 철수는 「신중히, 단계적으로」라고 표현함으로써 철군일정이 확정된 것이 아니고 앞으로 계속 협의를 거치면서 검토될 것이라는 해석을 낳게 했다. 미2사단의 본부와 그 주력인 2개 여단이 철수최종단계까지 남게된 것은 이번 회의에서의 가장 큰 성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미국측이 80년에 추가로 9천명 규모의 철수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측 요구로 이것도 공동성명에서는 제외됐다. 그러니까 「주한 미2사단병력을 4∼5년 안에 철수한다」는 것은 미국의 원칙적인 입장이고 국제정세와 한반도의 군사균형의 변화에 따라서는 그 시기가 변동될 수도 있다는 것을 동시에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미군철수가 보완조치의 선행을 못박고있기 때문에 만약 미 의회에서 보완조치의 승인이 늦어진다면 미 지상군철수도 늦춰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동성명에서 철수보완조치에 관해 「선행 또는 병행」으로 합의한 것은 우리측의 「선보완·후철군」주장과 미국측의 「병행」주장이 절충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우리측 주장이 강하게 반영된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군사력의 보완은 장비지원뿐 아니라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장비에 따른 기술지원과 습득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장비지원은 「선행」, 기술습득은 「병행」이란 뜻에서 「선행 또는 병행」이란 표현이 쓰여진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은 보완조치로 ▲2사단장비의 무상이양 ▲대외군사판매차관 추가제공 ▲한국군 전력증강 지원 ▲적절한 무기 우선적 지원 ▲방위산업과 국방과학기술지원 등을 공약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미 의회와의 협의와 승인을 거쳐」, 「적절한 무기」, 「대외무기이양정책 범위 내에서」라는 표현으로 단서를 붙인 점이 미흡한 점이라 할 수 있다.

<단서조항 많아 미흡>
미국은 신예무기를 주어 군사균형을 깨뜨리는 것을 원치 않고 있고 공격용 무기를 주면 중·소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는 대전차「미사일」이나 지대공「미사일」등 방어용 무기만 주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무기제공에서 「대외무기이양정책 범위 내에서」란 표현과 「우선적」이란 표현이 함께 사용된 것은 NATO 「이스라엘」 일본 호주 「뉴질랜드」등과 같은 법적 최혜국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효과를 내면서 의회와의 말썽이 없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군사지원액은 공동성명에서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체로 무상·차관·판매를 합쳐 19억「달러」인 것으로 보도됐다. 여기에 75년부터 한국이 마련한 전력증강계획 50억「달러」를 합치면 총규모는 50억「달러」가 되는 셈이다. 이중 2사단장비 5억「달러」를 무상으로 받기로 한 것은 큰 성과다.
또 방위산업지원에도 예년의 「적절한 지원」이 「특별한 노력」으로 강조됐고, 실제로 한국형 전차, 각종 포와 그밖에 정밀장비에 대한 지원약속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연합사령부 설치는 한국군의 작전권 참여뿐 아니라 미국의 대한공약을 상징하는 것이란 점에 의의가 크다.
78년에 설치될 연합사는 그 구성과 운영방법이 대체로 NATO동맹군의 형식을 따를 것 같다. NATO는 가맹국의 외상·국방상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있고 각국 총참모장급으로 된 군사위원회가 있어서 NATO사령관에게 작전과 운영 등의 지침을 정해주고 있다(사령관은 미4성 장군, 부사령관은 영4성 장군).
이렇게 보면 한미안보협의회가 NATO의 이사회 격이며 사령관 바로 위의 군사위원회구성이 문제로 남는데 한미군의 합참의장 등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은 예년보다 강화된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주한미지상군 철수라는 중대사에 비추어볼 때는 어떠한 것도 충분하지는 못하다.

<문서화로 재확인>
지상군주둔은 바로 방위공약의 실증이지만 지상군 없는 공약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미국이 공동성명이외에 박대통령에게 보낸 「카터」의 친서에서 대한공약을 재확인했고 『북괴나 다른 어느 나라(배후세력)도 미국의 이 공약이 계속 강력하다는데 대하여 아무런 의문도 갖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한 사실은 웬만큼 한국의 입장을 보장해주는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미양국이 북괴의 위협이 계속 심각하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은 예년과 마찬가지지만 일단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한반도문제로서 한국정부가 주장해온 불가침협정제의와 납북대화재개촉구·휴전체제의 대안이 없는 한 「유엔」사의 존속재확인 등은 기존외교정책을 답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측이 한국의 참여없이는 북괴와 한반도의 장래에 관한 어떠한 교섭도 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한 것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문서화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안보회의에서는 미국측이 공동성명에 외교적인 내용의 삽입을 많이 주장했으나 한국측은 외교적 문제는 다음으로 미루고 군사적인 보완책을 강조하여 합의된 공동성명은 전반적으로 군사적인 문제에 중점을 두고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이번 안보회의에서 타결된 군사적 보완조치를 어떻게 외교적·정치적으로 보완해서 실행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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