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의 일방적 경제수역선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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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괴는 독자적인 2백해리 경제수역을 오는 8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렇게 일방적인 북괴의 수역확대조치는 우리와의 관계에서 해상방위 및 어업상의 여러 곤란한 문제를 야기하게 되어 있다.
지금도 우리는 북방한계선 및 어로저지선을 정해 우리측 선박이 그 이상의 북상을 하지 않도록 하고있다.
그러나 북방한계선이나 어로저지선은 연안으로부터 2백해리까지 뻗어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이 한계선이 그어져있는 이원의 해역에서는 남북한의 선박이 상당히 공해자유를 누려왔다. 그것이 앞으로는 위험스럽게 된 것이다.
여타의 선박은 고사하고라도 인접해상에서 어로로 생업을 삼던 어민들에게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또 북괴의 경제수역 설정은 이미 제기되었던 서해5도 주변수역에 대한분규를 확대, 재연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백령·대청·소청·연평·우도는 휴전협정 제2조A 13항b단서에 의해 「유엔」 군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두도록 되어있다. 이의 실효적 통제를 위해 5개 도서에 이르는 주변수역은 당연히 우리측 관할로 공인돼왔다.
이러한 20년간의 공인사항을 무시하고, 지난 73년12월 북괴는 5개 도서 주변수역이 그들의 관할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던 것이다. 이들 도서가 위치상 북괴측이 주장하는 12해리 영해 안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휴전협정의 취지뿐 아니라 섬도 그 자체의 주변수역을 가지며 중복된 수성은 등거리 등의 합리적인 기준으로 나눠야한다는 국제법의 원칙마저 무시한 어거지 주장이었다.
아뭏든 이러한 북괴의 주장은 우리의 단호한 방위결의에 부딪쳐 주춤하고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소강상태가 이번 북괴의 관할수역 확대조치로 교란될 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측은 북괴의 일방적인 2백해리 경제수역설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외무부의 공식성명에 이어 지난 22일 이 문제에 관한 이견을 남북조절위를 열어 해소하자고 제의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예측되는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어민들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2백해리수역을 선포한 나라는 43개국에 이른다. 이로 인한 각국간의 이해조정은 관계국가간의 협의로 원만한 해결이 시도되고있다.
남북한간이라 해서 아무런 노력이나 시도도 없이 분쟁을 일으킬 것이 뻔한 문제를 방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측이 남북조절위를 열어 2백해리 경제수역선포에 따른 이견을 조정하려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태도다. 비록 지난 73년8월28일 김영주의 성명이후 그 기능이 동결상태에 있다고는 하나, 남북조절위는 남북한간에 존재하는 공식대화「채널」이다.
새로 어떤 「채널」을 모색하기보다는 기왕에 존재하던 통로를 활용하자는 것은 합리적이고 당연하다.
이러한 합리적 제의를 외면한다는 것은 전혀 분쟁의 합리적 해결에 성의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금까지의 북괴의 행태로 미루어 볼 때 이 문제에 관해 그들이 합리성을 발휘할는지는 극히 의심스럽다. 만일 그들이 우리측의 이러한 합리적 제의를 거부해온다면 우리는 힘으로 우리의 이익을 지킬 도리밖에 없다.
8월1일 이후 북괴의 해상도발이 강화될 것에 대비, 대응태세를 강화하는 것과 아울러 어민의 지도·보호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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