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더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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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은주가 30도 아래로 내려가는걸 잊었나보다. 아무리 복더위라지만 너무한 것 같다.
하기야 40도를 오르내린 지난 며칠동안 「뉴욕」더위에 비기면 아무 것도 아니다.
미국의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훈련에는 내서실험도 있다. 지금까지는 2백4도가 넘는 실내에서 벌거숭이로 견딘 게 최고기록으로 되어있다.
1백도면 물이 끓는다. 「비프스테이크」가 타는 온도도 1백60도쯤 된다.
그러니까 2백도가 넘는 더위에도 견딜 수 있었다는 건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인체란 매우 신기하다. 같은 우주비행사가 옷을 입고 견딘 온도는 2백60도나 되었다.
벌거벗는다고 시원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가지 조건이 달려있다. 습도가 낮아야한다는 사실이다.
우주비행사가 내서실험을 한 실내는 매우 건조했었다. 「사우나」탕의 온도도 1백40도까지 오른다.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것은 건조한 때문이다.
땀은 체온의 상승을 막아준다. 그러나 습도가 높으면 이런 땀의 냉각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50도의 물에도 큰 화상을 입는 사람들이 「사우나」탕에 들어가도 까딱 않는 것도 같은 이치에서다.
그러니까 30도의 온도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80%가 넘는 불쾌지수가 더위를 다시없이 지겹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장마의 뒤끝 탓인지 연일 30도의 더위에 70, 80도가 넘는 불쾌지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게 뭐냐? 한여름의 광란이냐? 온 세계가 광란에 빠졌다는거냐?』
이렇게 「드라이든」이 노래한 적이 있다. 이때의 더위란 6월말이니까 26도를 넘지 않는다. 아무리 습도가 높다 해도 우리보다 더하지도 않다.
그 정도의 더위에도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이다. 요새 우리네 더위 속에서도 탈이 없다면 그게 이상할 정도다.
급기야는 주말에 열차충돌의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 원인은 특급열차의 기관사가 더위에 지쳐 졸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상자가 1백명이 넘는 것은 정원의 두배 이상을 태운 탓도 있었다. 이 역시 더위로 역원들이 셈을 잊은 탓이었을까.
그런가하면 광란「택시」가 고속「버스」를 들이받는 참사가 있었는가 하면 동해안 군 작전지역 안에 정신없이 들어가다 죽은 피서객들도 있었다.
무더위는 당분간 더 계속된다고 한다. 그러니 더위먹은 사람들이 무슨 사고들을 얼마나 더 저지를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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