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집 머리말에 「읽을거리」저자의 「신상고백」삽입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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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설가의 창작집에 저자의 신상고백이 곁들여지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제까지 단편집이나 시집에 간단한 저자의 약력이 소개되는 것은 상례였으나 저자 자신이 성장과정과 배경, 글을 쓰게된 동기, 문학인으로서의 자세 따위를 상세하고 진지하게 나타낸 것은 문학출판물로서는 처음 보는 새로운「스타일」. 이것은 독자의 문인에 대한 관심이 작품에만 머무르지 않고 작가의 진면목을 보고싶어하는데서 나타난 「스타일」로 작가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 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이호철씨의 『1970년의 죽음』, 이청준씨의 『자서전을 쓰십시다』, 송영씨의 『반랑일기』, 김주형씨의 『칼과 뿌리』등 「현대작가신작소설선」4권이 대표적인 「케이스」. 이들 작품집에서는 저자자신에 의해, 이제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저자에 관한 이야기들이 상당부분 드러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이호철씨는 그의 부친이 그의 문학에 대한 관심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술회하고 고향인 원산에서 반동으로 몰려 쫓겨난 후 6·25때 인민군으로 동원되어 연합군에 포로·석방돤 후 문단에「데뷔」하기까지의 고난의 현장을 낱낱이 엮었다.
이청준씨는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60년 상경, 서울대학교 입학한 「서울을 사수하자」는 것이 최대의 목표였다고 술회. 결국 서울에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나 「내집 한간」의 신앙은 실패만 되풀이해왔다고 털어놓았다.
송영씨는 해병대장교출신으로 진해서 교육 중 무단이탈 한 것이 화근이 되어 7년 동안의 도피생활 끝에 체포되어 형을 받았다는 것. 그러나 그의 도피생활과 감방생활은 그후의 문화활동에 가장 큰 줄기를 이루었다고 말하고 있다.
김주형씨는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되기를 꿈꾸었으나 대학을 졸업한 후 62년 섭연초생산조합 주사로 취직한 뒤 일체의 문학수업을 않고 퇴영적인 생활을 하다가 7l년에야 「데뷔」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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