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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성격 모호한 것 많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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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문공부는 작년 「반공문학상」을 제정한데 뒤이어 「흙의 문학상」을 새로 제정, 최고상 (대통령상) 에 「반공문학상」과 같은 액수이며 국내 문학상중 최고액수인 2백만원을 시상키로 했다. 문학부문을 포함,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시상되는 「문화예술상」「서울시문화상」「예술원상」「3·1문화상」등의 상금이 비슷한 수준이나 비록 정부가 주는 것이기는 해도 문학작품만을 대상으로 한 상금으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반공문학상」이나 「흙의 문학상」의 상금이 많은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이제까지 각종 문학상의 상금이 지나치게 적었다는 이야기도 되는 것이다.
상을 주는 쪽의 입장에서는 『상금과 그 상의권위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나올법하지만 『적은 돈으로 상을 주는 기쁨과 받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우리나라 문학상의 전통(?) 은 문학상의 남발에 부채질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해방이후 이제까지 수십종의 문학상이 명멸했으며 현존하는 문학상만도 20여종. 물론 「데뷔』하는 신인에게 주어지는 신인상이나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시상되는 종합상을 제외하고도 그렇다. 이들 문학상의 상금을 보면 금년에 제정된 한국수필문학상이 1백만원으로 최고액수이며 그밖에는 대부분이 2O만∼50만원선. 개중에는 상금이 없거나 대외적으로 공표한 상금을 실제로는 주지 않는 문학상도 있다.
물론 상금이 적다고 해서 이제까지의 모든 문학상이 다 권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 시상됐던 「자유 문학상』, 6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시상했던 「동인문학상』, 그리고 현존하는 몇몇 문학상들은 적은 상금에도 불구하고 그 나름대로 명분과 권위를 살리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상금의 액수가 적으면서도 그 권위를 국제적으로 평가받는 문학상들이 많이 있다.
가령 「프랑스」의 「공구르」상이나 일본의 개천문학상 같은 상은 상금이거의 없는데도 이상을 수상한 사람의 저서는 날개돋친 듯 팔려 곧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로 등장할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상금이 똑같이 적으면서도 명분과 권위에 있어서 곧 차이가 드러나는 까닭은 문학상의 존재목적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명멸했던 문학상 가운데는 1회 시상으로 끝났거나 2, 3회의 단명으로 끝난 것이 많았는데 그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개인 혹은 단체가 문학상을 제정하는데 대한 반대 급부를 목적으로 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문학상이 많은 근본적인 원인은 상을 받는 쪽의 입장에서의 「상의 매력」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상에 권위가 있든 없든 문학상수상 실적을 대단한 명예라고 생각하는 문단의 일반적 풍조는 문학상을 둘러싼 여러가지 잡음을 야기 시켜 온 것이다.
해방이후 이제까지 각종문학상을 수상한 문인은 모두 3백14명(본사조사). 문학상수상자는 70년대 들면서 해마다 조금씩 늘어 75년 한해에는 27명에서 76년에는 33명이었으며 (문예진흥원 조사에 의함) 77년에는 약4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문인협회회원은 1천3백여명 인데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인을 4, 5백명으로 본다면 「데뷔」후 10년 안쪽의 신인들을 제외, 반수를 훨씬 넘는 문인들이 1회 이상의 문학상 수상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계산이다.
「반공문학상」이나 「흙의 문학상」은 대상작품의 소재를 제한하고 있어 별로 문제가 없다고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는 무성격한 문학상이 너무 많다는게 일부문학인들의 얘기다.
따라서 이들 기존 문학상을 대폭정리·점검하여 오늘의 한국문학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문학상이 하나 있어야 겠다는게 문단의 중론이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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