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고용)|기업이란 무엇인가|이윤동기와 사회적 책임(3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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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샐러리맨」들 중 대부분은 첫 번째 직장이나 그에 관련된 일자리에서 종신 한다.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직장을 바꾸는 것도 또한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직장은 즉 자기인생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도 하고 자신의 운명을 함께 건 운명공동체가 되기도 한다.

<퇴직 후도 재취업>
단순히 노동의 반대급부로서의 보수만 받는데 그칠 뿐 일하는 보람도 없고 해고로부터 아무런 보장도 없는 직장이라면 노사간 일체감은 형성될 수가 없다.
기업인들이 흔히 사회의 기업이니, 종업원들의 회사니 하고 얘기하는 것이나 서독에서 노동자들로 하여금 경영에 참여토록 시도하는 것은 모두 노사운명공동체를 의식한데서 비롯하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종신 고용제·연공서열제를 특징으로 하는 일본식 경영방법은 직장의 의미를 실감나게 해준다.
그 요점은 종신고용을 보장함으로써 집단주의의 강점을 살려나가는 것인데 최근 성장률의 둔화, 국제경제의 확대. 개인주의 성향의 대두 등 기업환경의 변화로 비판론이 없지 않다.
하지만 중공업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최대의 「미쓰비시」 (삼능)「그룹」은 종신고용제, 대가족주의적 경영방식을 바꿀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회사는 전통적으로 개인의 재능보다는 집단의 능력을 취하고있는 곳이다.
「미쓰비시」에 일단 입사하면 치명적인 과오가 없는 한 해고될 염려가 없다.
불경기가 들이닥쳐 인원을 감축해야 할 때는 예컨대 적을 삼능중공업에 그냥 놔둔채 다른 자매회사로 보낸다.
「미쓰비시·그룹」은 45개사에 약30만명의 인원을 거느리고 있다.
고용하고 있는 인원을 하나의 대가족 성원으로 보고 이들에 대해 종식고용의 길을 보장한다.

<4대째의 직원도>
정년은 58세. 그러나 그후에도 생계보장 또는 재취업의 길을 마련해줄 뿐더러 요즘은 정년자체를 눌리는 계획도 마련중이라는 것이다.
종신고용제에 대해서 회사중역들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다소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지금까지 열심히 기업을 위해 일해온 사람을 손바닥 뒤집듯이 해고할 수 없는 일이다. 「미쓰비시」의 좋은 점은 전통적으로 사람을 중요시하는 것이다』고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안심하고 일할 수 있으며 직장은 즉 내인생이라는 일체감이 조성되어 회사로서는 「플러스」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풍은 대를 이어「미쓰비시」에 취직하는 동기를 만들어 벌써 4대째의 직원도 생겨나고 이른바 「미쓰비시」소국이라는 별명까지도 듣게 됐다.
또 하나의 특징은 범용의 결속을 택하는 방법이다.
바로 일본식 경영방식의 한 개 지주인 본의제도의 활용이다.
「미쓰비시」가 개인보다는 조직을 중시하는 까닭은 방대한 조직에서는 이미 개인의 역량은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의사결정이 늦어지긴 해도 조직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그만큼 실수도 줄어들고 사원들의 사기가 높아진다는 장점을 내세우고있다.
「미쓰비시」계 기업의 「톱」이 되는 조건은 그래서 평균적인 인간으로서 개성이 특출하지 않을 것, 사심이 없을 것, 그리고 서열을 깨뜨리지 않고 자기의 의사를 훌륭하게 밝히는 것이다.
이러한 「무드」속에서 일하는「미쓰비시」사람들은 회사와의 일체감에 자극되어 오늘의 세계기업으로 키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신고용제·연공서열제가 가져다주는 「바이탤리티」의 결여 등 폐단도 없지 않아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문젯점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은 온정만으로 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더욱 그렇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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