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참의원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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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의 자민당의 승리는 보수안정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호를 뚜렷이 반영했다.
그동안 일본정계 안팎에서는 이번 참의원선거의 결과로 「보혁역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성급한 진단들이 난무했었다.
그것은 지난해 중의원 선거 결과가 드러낸 「중도진출」세가 이번의 참의원 선거에도 그대로 적용되리란 최근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일부 관측통들은 이번 선거가 자민당 30년집권의 위기와 중도혁신연합정권의 가능성을 제기하리라고 까지 전망했던 것이다.
더우기나 「록히드」사건과 「에러지」위기를 배경으로 한 자민당의 곤경은 그와 같은 「변화」의 전망을 실제보다 돋보이게 유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에 나타난 일본국민의 성향은 좌경세력에 의한「불안한 변화」보다는 보수세력에 의한 「안정 속의 성장」에 기울고 있음이 확증됐다.
결국 지난해 중의원선거에 나타난 자민당 약화란 어디까지나 자민당 체질개선에의 경종이었을 뿐, 보수안정자체에 대한 불신임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리고 지난해 중의원선거 결과가 자민당 파벌정치에 대한 경종이었다고 한다면 이번 참의원 선거결과는 좌경세력의 진출에 대한 명백한 억제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선거의 쟁점은 정책 문제 였다기 보다는 야당제파가 내건 「혁신 연합정권」구상에 대한 가부논쟁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야당제파는 이른바 「다당 분립」시대가 도래했다는 전제아래 각기 저마다의 주관적인 「정권구상」들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머리를 혼란케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구상들은 대별하여 좌익연합이나, 중도연합이나의 차이는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전후30년간의 보수정치를 급격히 부정하려 들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것이었다.
따라서 일본국민이 야당제파에 거부반응을 표시한 근본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자민당의 체질과 행태가 제아무리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유주의적인 정치제도와 자유경제의 틀 속에서 얼마든지 치료할수 있는 것이지, 좌익적인 혁파를 불러들여 혼란을 자초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 하겠다.
사회당 좌파의 「국민연합정권」이나 공산당의 「사공연합정권」구상은 그것이 표방한 미일안보조약 폐기론과 더불어 「아시아」의 현상안정을 희구하는 일본국민에 의해 명백히 거부된 셈이다.
마찬가지로 민사당·공명당·사회시민연합 등 군소정당들이 제시한 「중도혁신연합」이나 중림외교론도 현상변갱의 혼란을 바라지 않는 유권자들에 의해 억제 당했다고 할 수 있다.
현상안정에대한 일본국민의 여망은 같은 보수 이탈파인 신자유 구악부의 참패로써도 역력히 표시되었다. 『자유사회냐, 사회주의·공산주의냐』의 결정적인 선택에 있어 자유쪽을 택하려는 일본국민의 위기의식은 보수표의 사소한 분산까지도 바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일본의 자민당 정권은 유권자의 새로운 신임에 바탕해서 보다 여유있게 현재의 내외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당의 근대화와 체질개선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봐야한다. 한일협력과 미일안보를 지주로 하는 「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창조적인 80년대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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