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에너지」정책을 종합적으로 다룰 「에너지」청의 신설논의가 최근 다시 대두되고 있다. 「에너지」 청을 꼭 신설해야만 「에너지」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느냐엔 의문이 있지만 「에너지」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과 시책이 시급하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사실 이제까지도 종합 「에너지」계획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나 현실감 없는 계획을 의한 계획이 대부분이었다. 「에너지」정책은 시행착오와 방황의 연속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년대엔 정부가 앞장서서 유류대체를 권장했다가 「오일·쇼크」로 결정타를 먹었고 70년대엔 발등의 불을 끄기에 바빴으며, 최근엔 원자력 발전론이 「붐」을 이루고 있다. 장기전략이나 효율성을 생각할 겨를이 없이 당장 급한 응급수요를 메우는데 급급한 인상이 짙다.
서둘러 비싸게 도입했다가 별로 쓰지도 못하고 고철로 처분한 「터빈」발전기나 시설용량이 절반도 성능을 못내는 일부화전등이 대표적인 예다. 「에너지」는 원활한 수급도 중요하지만, 원가가 싸야한다는 것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비싼 「에너지」는 높은 물가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정책의 시행착오는 수급전망의 차질, 정책의 경직성, 장기전략의 결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4차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종합 「에너지」계획을 마련했지만 벌써 첫해부터 수급전망이 뒤틀릴 전망이다.
4차5개년계획기간 중 「에너지」의 연평균 증가율은 9·0%로 책정되어있다. 이것은 연평균9·2%의 경제성장율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벌써 현실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경제성장율은 연평균 10%를 넘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에너지」수요도 당연히 늘어나야 할 것이다.
따라서 4차5개년 계획기간 동안의「에너지」수요를 현실적인 성장속도에 맞추어 확대조정하고 이에 바탕을 두어 발전소 건설 등을 당겨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에너지」수급의 차질이 대부분 수요의 과소책정에서 비롯되었고, 이를 서둘러 메우기 위하여 비싼 「에너지·코스트」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경험에 비추어 정확하고 현실적인 수요측정이야말로 「에너지」정책의 기본바탕이라 할 수 있다.
또 「에너지」의 부문별 배분에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겠다. 4차5개년 계획에선 석탄은 연평균 9·1%, 석유는 10·2%, 원자력등은 26·3%씩 늘리도록 되어 있는데 원자력을 과연 이토록 늘려도 좋을지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발전이 「오일·쇼크」후 각광을 받고 있지만 원자력발전의 증가와 더불어 그 원료가 되는 「우라늄」가격도 상승 추세에 있다는 것을 주 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발전은 건설비가 비싼 대신 발전비가 싸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우라늄」이 비싸지면 발전비도 당연히 올라갈 것이다. 또 원자력은 공해문제도 수반한다. 정부의 야심적인 원자력발전소 증설계획에 보다 신중한 타당성조사를 해주도록 당부하고싶다. 석유부문도 현재 잠정적으로 안정된 원유가격을 기준으로 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원유가는 매년 5%씩 올라 85년엔 「배럴」당 20 「달러」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장기 「에너지」계획의 수립엔 국내석탄자원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을 권고하고 싶다. 그런데도 석탄은 가격면에서 석유등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석탄은 국내자원으로서 이에 대한 투자는 생산 및 고용면의 파급효과가 크다. 또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일정량의 석탄자원 확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부존「에너지」에 제약이 많은 만큼 태양·조력·지열등 새 「에너지」원의 개발에 보다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장기「에너지」정책은 세계적인 「에너지」사정과 국내자원 상황등을 고려하여 안정적인 공급을 기할 수 있으면서 값싸게 얻을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장기 「에너지」전략과 아울러 당장 급한 「에너지」부족의 타개책도 문제다. 이는 핵율화를 높이는 방법부터 강구하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에너지」의 핵율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도 더 핵율화 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고 생각된다. 「에너지」의 핵율화는 산업과 생활에서 하나의 관습화가 되는 분위기가 이룩되도록 정책적인 유도를 해야할 것이다.
쉽게 말해서 공장에선 열관리에 사장도 신경을 쓰고, 가정에선 같은 「아파트」관리비를 내어도 겨울엔 「스웨터」을 입고 실내온도를 스스로 낮추는 풍토가 돼야 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