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이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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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당국은 남미 「아르헨티나」에 2천명의 어업이민을 보내기로 하고 그 구체적인 절차를 상대국정부와 협의중이다.
우리나라는 62년 해외이주법을 공포하고 해외이민을 적극 장려해온 이후 15년 동안 남미에는 1만8천5백55명의 교민이 이주했다.
남미제국에 이주한 교민은 당초 당사국이 농업개발을 위해 요청한 것으로 그 나라에서 농사를 짓고자 간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농업이민으로서의 정착율은 10%에도 미달한 채 대부분이 도시로 몰려들어 수민국의 실망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의 이민정책 추진에까지 많은 문젯점과 지장을 안겨준 것이 저간의 실정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올들어 한때 정부의 이민행정이 전면적으로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었다.
다행히 이번 「아르헨티나」정부와 협의중인 어업이민문제는 이 같은 이민행정의 정체를 타개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르헨티나」는 헌법25조에 백인주의를 명시하고 있으나 근년에 와서 완화되어 61년에는 일본과도 이민협정을 맺었고, 73년에는 불법 입국자 3백50만명에 대해 사극조치를 하는 등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직접 식민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민사업을 위해 외국공법인 허가는 물론 이민허가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판보세·소득세등 각종 면세혜택까지 주고 있는 등 이민의 문턱이 비교적 낮은 나라다.
이런 점에서「아르헨티나」는 좌초에 부닥친 우리나라 이민행정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이를 계기로 종래의 농업이민에서 보여준 무책임하고 계획성 없는 이민정책을 지양하고 근본적이고도 체계적인 방침을 추진함으로써 더 이상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제까지 당국의 이민정책은 한마디로 보내면 그만 이라는 식의 동민정책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줄 안다.
이국 땅에서 한국인의 얼을 심고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정책적인 뒷받침은 말할 것도 없고 현지에 정착하고 생활하도록 지원조차 전혀 없었던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이민대상의 선정마저 철저치 못해 위장이민이니 도피 이민이니 하는 부작용까지 낳아 이민의 의미를. 구겨 놓은 사실을 심각히 반성해야 할 줄 안다. 협소한 국토와 늘어가는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서도 세계에 「제2의 한국」을 심는 이민정책은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 있는 계획으로 이주민이 안심하고 정착할 때까지 꾸준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재삼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은 이제까지의 농업이민에서 얻은 교훈을 명심해서 이번 어업 이민만큼은 이주정착지에 대한 입지, 조업여건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사전에 실시하고 어업문제를 담당하는 지도관의 배치 등 빈틈없는 배려를 해야 할 줄 안다.
이와 함께 이민 대상국에 대한 역사·지리·언어교육은 물론 그 나라에서의 위생문제 등도 가르쳐 현지실정을 체계적으로 파악한 뒤 떠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하와이」나 「사옹파울루」의 일인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조화나 그들이 유지하고 있는 모국과의 유대관계를 모처럼 어업이민으로 떠나는 이민에게도 심어주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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