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이색경영-「삼정」의 정보 조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대기업 경영에 있어 정보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가지만 특히 종합상사는 정보에 의해 부심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합상사는 정보에 의해 돈을 버는 조직이다.
종합상사는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빨리 입수하고 이에 기동성있게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경영의 기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실전에 일역도>
통신망의 발달에 의해 이제 세계는 동시권으로 좁아지고 있다. 종합상사는 일본의 그것이 가장 규모도 크고 일찍 발달했는데 그중에서도「미쓰이」물산의 정보망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삼정의 경보는 미국의 CIA「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등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소문나 있다.
역사도 무척 길다. 「러시아」「발틱」함대의 일본 침공을 맨 먼저「캐치」한 것도 「삼정」물산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2차 대전 후 재벌 해체와 더불어 삼정의 정보망도 한때 수난기를 겪었으나 이젠 완전히 정비되어 세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정물산의 정보망은「미쓰이·글로벌·온라인·시스팀」으로 대표된다. 세계 구석구석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세계를 3개 지역으로 구분, 각기「컴퓨터·센터」를 두고 있는데「아시아」와 대양주를 「커버」하는 동경「센터」, 북남미를「커버」하는「뉴욕·센터」, 「유럽」·중동·「아프리카」를「커버」하는「런던·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3개의「센터」는「워싱턴」선으로 연결되어 항시 교신이 가능하다.
「컴퓨터」에 투입된 전문은 수분 안에 세계의 모든 정보망에 전달된다. 가장 먼 거리인 「브라질」의「리오데자네이로」와 남아의「요하네스버그」간에도 5분 안에 교신이 된다. 삼정물산의 정보망은 무려 40만km로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보다 길다.

<분석·관리에 묘>
이 정보망을 봉해 교신되는 전문은 하루평균 2만건. 이 2만건의 정보 중엔 장사관계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외교 등 모든 분야의 것이 망라된다.
종합상사에 있어서는 정보의 수집도 문제지만 일단 수집된 정보를 어떻게 분류, 종합판단하고 또 경영에 활용하는가가 더 문제다.
삼정이 정보에 강하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빨리「캐치」할 뿐 아니라 이를 잘 관리·활용한다는 뜻이다. 가령 어느 지역에서 이상 기온이 일어나면 그것이 농작물에 미칠 영향으로 인한 세계 곡물 수급전망 등을 재빨리 분석·전망하여 남보다 한발 앞서 상담으로 들어간다.
막대한 정보를 일일이 인력으로 처리 전달 보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삼정은「컴퓨터」를 십분 활용한다. 모든 정보는 분야별로 나누어 다른 정보와「크로스·체크」되어「컴퓨터」에 기억된다. 또 각 담당부는 세계각지에서 들어오는 각 정보를 꾸준히「체크」하여 추적해 간다. 따라서 하나의 단편적인 점보라도 활용하기에 따라선 결정저인 정보가 될 수 있다.
삼정물산은 외부정보의「캐치」뿐만 아니라 내부 경영관리를 위해서도 정보망을 충분히 이용한다. 삼정물산이 연결 대차대조표를 작성해야하는 대상기업은 2백73개사에 달한다. 이중 해외 자회사가 1백5개사로 세계 40여국에 흩어져 있다.
이런 회사들의 재무제표 등 경영지표를 일일이 인력으로 받아 정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단 정해진 양식에 의해 각 회사에서「컴퓨터」에 넣으면 본사에서 자동분류·집계된다.
삼정 본사에선「컴퓨터」로 들어온 재무제표 등을 통해 자회사의 비교나 투자효율 조사가 가능하여 이를 토대로 경영관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삼정의 정보망도 피상적으로 본 것에 불과하다. 삼정이 진짜 정보를 어떻게 얻고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그 자체가 1급 정보다. 삼정의 완벽 정보망은「컴퓨터」나 조직의 힘이 아니라 오랜 전통에서 온 것이고 또 그것이 삼정의 사력이며 자산이라 할 수 있다. <특별 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