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의 성격』-삼성문화문고(92)「베라클러프」저·김봉호 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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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0년대에 중세 독일사를 저술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베라클러프」교수는 그후 꾸준히 자신의 학문세계를 넓혀 현대사 또는 역사이론 쪽으로 관심을 옮기더니 마침내 『변화하는 세계 속의 역사』(1955)라는 저서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그는 그후 다년간 언론계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특히 20세기 사에 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예리한 동찰로써 학문적으로 노숙함을 과시하였다.
이번에 김봉호 교수(서양사·숙대)가 역출한 『현대사의 성격』은 본래 「현대사서론」이란 제목으로 간행된 것이며 「베라클러프」가 출판을 계획하고 있는 현대사개설을 위한 서장에 해당하는 저술이다. 그는 20세기 사의 주류를 파악하고 시간적인 역사현상 밑에 깔린 구조적 현실을 개념화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현대사의 출발점을 1890년대로 잡은 저자는 그후의 20세기 역사를 연대순이 아닌, 주제별로 서술하는 독특한 방법을 채택하였다.
현대의 역사는 막연한 근대사의 연장이거나 단순한 근대사후기로서의 연속이 아니라 19세기 사와 구조상으로나 질적으로 커다란 차이가 있는 시대사인 것이다. 원저자는 이런 차이를 다음의 여러 요인에서 찾고 있다. ①과학·기술의 충격적 변화와 그 정치적 효과 ②전통적인 「유럽」중심의 역사의 변화와 미·소 양극체제의 세계 정치 ③전세계의 인구변화에 따른 「유럽」세계의 위축과 「아시아」「아프리카」의 반 서방운동 ④고전적인 개인주의의 후퇴와 대중민주주의의 출현 ⑤공산주의의 이론과 실제 ⑥19세기적인 「부르좌」문화의 붕괴와 새로운 가치 등 「현대사의 성격」은 간단히 말해 20세기의 역사 속에 얽히고 설킨 수많은 사건과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총론격이다.
이번의 국(완)역 판에서 원주와 소인이 빠진 것은(이유 여하간에) 능숙한 역문으로 봐서 옥의 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널리 양서를 읽고자하는 일반독자들에게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차하순(역사학·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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