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원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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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5년 봄 「인도차이나」3국이 공산화 된 이래 동남아 각 국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 최대의 의문은 이들 혁명세력, 그 중에서도 특히「베트남」이 어떤 형태로 이 지역사회에 끼어들 것이냐는 점이었다.
서방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을 패배시킨 도취감에서 그들의 「혁명」을 타국에 수출하는 제2의「쿠바」가 될 것인가, 아니면 보다 온건하게 비 공산 이웃과 공존의 길을 모색할 것인가, 전쟁 중의 소련 의존을 계속해서 동남아에 소련기지를 열어 줄 것인가, 그리하여 동남아의 심장부에 칼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서구공산당의 민족주의적 경향을 본받아 독자노선을 추구할 것인가?
「베트남」의 움직임에 직접 영향을 받게되는 동남아의 당사국들은 인지 적화 2년이 지난 지금에도 공산「베트남」의 정체에 대해 불신과 의혹으로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객관적 관찰을 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홍콩」의 「베트남」관측통들은「베트남」이 최소한 당장은 과격한 혁명수출국을 지향하고있지 않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베트남」과 소련의 관계가 예상했던 것만큼 밀착되지 않았다든가, 금년 들어 활기를 띠기 시작한 미·「베트남」수교협상에 임하는 「베트남」측 태도에서 그러한 증좌를 찾고있다.
「베트남」관측통으로 알려진「파-이스턴 이커노믹·리뷰」지의 「나얀·찬다」기자에 따르면 「베트남」이 전쟁 중에 추구해온 「베트남」-소련-중공의 3각 외교체제에서 탈피해서 중-소-베트남, 제 3세계 서방의 5각 외교체제로 전환하고있다는 명확한 증좌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베트남」은 전재복구사업에 쓰일 외원 중 반을 중공 및 소련에 의존하고 나머지 반은 서구 미국 「캐나다」및 일본에서 얻어내려는 외원 다변화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전 월맹주재 「프랑스」대사 「리세르」씨의 비밀보고서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올 봄에 카터 미국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베트남」을 방문한「우드코크」와의 회담에서 과거처럼 실종미군에 대해 『미제침략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월남전에서 사망한 자들』이라는 사무적인 용어를 썼다든가,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요청하면서 『「베트남」전화를 보상해야할 미국의 도덕적 책무』를 거론하지 않은 것 등은 그들이 외원국의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베트남」의 최근 움직임 중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전쟁 중과 전쟁직후에 보인 대소일변도의 자세로부터 탈피하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점이다. 연초부터 「베트남」의 홍하를 가로지르는 승룡교 복구작업에 1천명 가량의 중공노무자와 기술자들이 투입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하노이」대학은 최근 「베트남」어를 배우려는 중공학생의 입학을 허가했다고 한다.
또 중공의 인민일보는 연초의 한 기사에서 주은래가 「베트남」의 송유관을 완공시키기 위해 중공 안의 송유관 건설을 뒤로 미룬 적이 있다는 「옛날이야기」를 대서특필하여 추파를 보냈었다.
한편 지금까지 엄격한 쇄국정책을 취해온 「캄보디아」도 서서히 외부로 문호를 개방하려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캄보디아」의 부수상 「이엥·사리」는 지난4월「말레이지아」와 「싱가포르」를 방문하면서 「캄보디아」를 「인지 3국」의 「그룹」에 넣어 일괄 대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하고 『우리는 혁명세력이지 공산국가는 아니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관점을 당사국들의 시점에 맞추어 볼 때 「베트남」이라는 존재가 뜻하는 위협이 그걸로 줄어드는 것은 아닌 듯하다. 「베트남」이 장기적으로 비공산 인접국들과 공존할 의도인가, 아니면 동남아에 널리 퍼져있는 「게릴라」세력을 지원하여 「혁명」을 수출하고 자신의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인가라는 의문은 계속 남는 것이다.
그래서 동남아국가들은 동남아에서의 미군철수와 동남아에서의 대 「베트남」수교로 나타나고있는 「카터」행정부의 새 「아시아」정책에 대해 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정책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것이 「베트남」의 호전성을 자극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억제할 것인가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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