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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DJ청와대 각본대로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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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를 겨냥해 쏟아졌던 각종 의혹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李전총재가 20만달러를 받았다는 민주당 설훈(薛勳)의원의 폭로에 DJ(김대중)정권 시절의 청와대 개입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薛의원이 제기한 문제가 청와대와의 합작품이라면 다른 일련의 의혹 사건들도 같은 맥락에서 청와대가 기획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1일 한나라당이 DJ 청와대의 배후조종 혐의가 짙다고 꼽은 주요 사건은 다섯 가지다. ▶빌라 게이트▶ 원정출산▶20만달러 수수설▶김대업 병풍 의혹 제기▶기양건설 금품 수수 의혹 등이다. 한나라당은 "이들 사건 모두 '이회창 죽이기' 차원에서 청와대 각본 아래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제시하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폭로 시기부터 교묘히 조정됐다는 것이다. 빌라 게이트는 DJ의 3남 홍걸씨 비리사건이 최고조에 이른 3월 중순에, 김대업씨 폭로 사건은 당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대통령 후보의 인기가 바닥이던 8월에 터져나왔다는 것이다.

아울러 폭로 내용이 국정원이나 검경의 도움 없이는 알기 힘든 정보라는 점이다. 당시 이회창 경선 후보 대변인이던 이병석(李秉錫)의원은 " 李전총재 가족들의 빌라 거주 상황은 밀착 감시나 도청 등을 통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이는 정권 차원의 공작이 이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폭로 주체가 DJ의 측근이라는 점도 거론됐다. "DJ 가신 출신인 薛의원은 물론 김대업씨도 DJ의 한 측근과 끈이 닿았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고 李전총재의 한 특보는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이 지목하는 배후조종자는 박지원(朴智元)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 김현섭 전 비서관과 김한정 전 부속실장이 朴전비서실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설훈 게이트'를 비롯한 주요 정치공작 사건이 정권 차원에서 이뤄졌음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金전부속실장이 薛의원 건을 조사하는 검찰에 계속 불구속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안다"고도 말했다.

한나라당은 20만달러 수수설의 청와대 기획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난 대선 패배가 결국 정치공작의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盧대통령은 자신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토록 해야 한다"고 현 정권을 압박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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