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위험 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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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시가 각 구청을 통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4월말현재 서울시내에서는 모두 1백14건의 위험축대와 34건의 위험건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위험축대 54건과 위험 건물 9건은 보수가 끝났으나 축대 60개와 건물 25개소는 아직도 보수되지 않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방치돼 있는 위험 축대 가운데 철거를 요하는 A급이 1개소, 중보수를 요하는 B급이 27개소, 경보수를 요하는 C급이 32개소이며 건물은 B급이 13개, C급이 12개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같은 통계는 그야말로 통계를 위한 통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서울시당국도 부인하지 않는다. 실제 위험축대는 이의 2, 3배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험축대를 완전히 파악하기도 힘들뿐 아니라 위험축대를 보고하는 말단행정기관도 의도적으로 실태를 감추고 있기 때문.
서울시 집계로는 올 들어서만도 30여건의 크고 작은 축대·도로·가옥붕괴사고가 있었다. 유별나게 추웠던 지난겨울 기온으로 예년같으면 60cm정도 깊이 밖에 얼지 않았던 것이 1m50cm까지 깊이 얼었기 때문에 해빙기를 맞으면서 곳곳에서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같은 후유증세는 장마철을 앞두고 또 한번 위험성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위험축대 또는 위험건물의 붕괴사고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관리책임자의 주의부족이다. 현재 서울시는 각 축대마다 관리책임자를 지정, 1차관리책임을 맡기고 도로변은 구청토목과, 재개발지구는 주택과, 임야는 녹지과, 일반사설축대는 도시정비과에서 감독책임을 맡고 있다. 경우에 따라 도괴의 위험이 있는 곳은 행정력으로 철거 또는 보수를 하도록 명령할 수 있게 되어있으나 이같은 책임·감독관계도 대부분 형식적일 뿐, 사고가 난 뒤에야 서로 당황하고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하게 마련.
축대나 건물의 붕괴사고는 개인과 공공기관할 것 없이 위험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예산타령만 하면서 『설마…』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75년3월10일 17명의 여공이 무더기로 압사한 관악구신대방동 정풍물산 용벽도괴사건도 누구나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미리 손을 쓰지 않아 당한 대표적인 사고였다.
현재 A급으로 지적돼있는 강남구천호동397의320에 있는 높이3m, 길이7m의 축대는 관리책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무관심속에 1개월이상 방치돼있다.
관악구행당동 N국민학교의 경우도 높이7m의 축대곳곳에 큼직한 금이 가고 배가 튀어나와 학교측이 강남교육구청에 신고, 교육구청에서 나와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즉시 보조축대를 쌓아 보수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는데도 4백20만원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한달 가까이 방치돼있다. <신종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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