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잦은 흡연과 음주, 췌장암을 부른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사진 하지영, 강민구, 홍하얀(studio lamp)]

국내 최다 횟수로 췌장·담도암 수술을 집도한 김선회 박사를 만나 췌장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기 발견이 어려워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췌장암. 그럼에도 그는 치료 기술이 발전되면서 완치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영화 ‘사랑과 영혼’의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췌장암으로 투병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던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췌장암은 더욱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되었다. 이들의 이야기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췌장암의 예후는 다른 암과 비교해 보아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췌장의 위치적 특성에 따라 쉽게 진단·발견되지 않고,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조기 검진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췌장암은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며, 연령대는 50세 이전보다 이후가,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에게서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다. 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췌장암 발생률이 높다는 주장도 많다. 췌장암에 대해서는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김선회 박사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Q 췌장암이 예후가 좋지 않다 보니 췌장암 진단을 사망 선고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많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췌장암이 악성 종양 중에서 가장 예후가 나쁜 것은 맞습니다. 100명의 췌장암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면 그중 7~8명만이 5년 생존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이니 사망선고처럼 여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외과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의 약 20% 정도는 완치가 되었고 꽤 많은 환자 분들이 5년 이상 재발없이 보통의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수술도 발전하고,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등 기술이 좋아지면서 완치율이 과거에 비해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요.

한 환자의 경우가 생각이 납니다. 수술을 하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던 환자였는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꾸준히 받고 병기가 좋아져 수술을 받고 오랜기간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됐지요. 그런 분들은 췌장암이 무서운 병이라는 얘기를 듣고도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셨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적잖은 환자가 민간요법에 의지한다고 들었습니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없나요? 실제로 위험한 상황까지 간 사례가 있었나요

치료를 받으라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기도원에 가서 기도만으로 치유가 될 것이라고 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또 식물성 자연 생식, 각종 버섯류, 정체불명의 약재 등을 ‘약’으로 생각해서 장기적으로 복용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단식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만을 고집하거나 이를 병행하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Q 췌장암은 어떤 사람이 쉽게 걸리나요

췌장암의 위험 요인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흡연, 만성 췌장염, 당뇨병, 과다한 알코올 섭취, 고지방·고단백 식품 섭취, 식품 첨가제가 많이 들어간 음식 다량 섭취, 그리고 나프탈렌·벤자민과 같은 산업 화학 물질과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 등입니다. 이러한 위험 요인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췌장암 발병 위험이 높겠죠

Q 적잖은 기사에서 견과류를 많이 먹으면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고, 또 O형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적다고 합니다. 실제로 전 세계 학계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견과류가 몸에 좋다고 하죠? 특별히 췌장암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보고된 바는 있으나 꼭 집어 췌장암 예방을 위해 견과류 섭취를 종용하지는 않습니다. 견과류 속에 포함된 불포화 지방산, 섬유질, 여러 비타민 등의 성분 중에 일부는 항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만, 췌장암 예방에 대해 정설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일부 역학적 연구에서 O형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췌장암 빈도가 낮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차이가 크지 않고 혈액형이란 것은 바꿀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혈액형에 따라서 검진 방법과 주기를 바꿀 정도로 위험도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실질적으로 위험 인자로 논하지는 않습니다.

Q 조기 발견이 어려운 췌장암은 정기 검진으로 포착해야 하는데요. 검진은 얼마 주기로 받으면 좋을까요? 기본 검진에서 추가로 받아야 할 검사 항목은 무엇인가요

췌장암을 위한 검진은 CT와 초음파 등의 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종양 표지자로는 초기 발견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연히 조기 발견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췌장암은 크기가 1cm 이하라야 하는데, CT로는 이렇게 작은 것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연 1회 정기 검진을 하면서 종양 표지자 검사와 함께 복부 CT 또는 복부 MRI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 등을 포함해 췌장을 주의 깊게 보면 됩니다. 특히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위험률이 높아지므로 복부 영상뿐 아니라 내시경 초음파 검사로 췌장을 자주 검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그렇다면 췌장암은 유전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췌장암 발병률이 높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체 췌장암 환자 중에서 약 5~10%가 유전적 소인과 관계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보다 더 적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요. 보통 1대 친족에 가족력이 있으면 3~6배의 위험도가 있고, 일생 동안 5% 정도의 위험도를 갖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Q 서구화된 생활로 바뀌면서 췌장암 발생률이 늘었다고요.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췌장암 발병률이 높은 나라는 어디인가요? 서구화된 생활 중 어떤 요인들이 췌장암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세요

췌장암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종양이에요. 한국도 과거 20~30년에 걸쳐 서서히 증가하면서 선진국과 거의 유사한 빈도를 보이게 됐고요. 이것은 서구화된 생활 양식을 포함한 환경의 변화 때문이겠지요. 육류와 지방이 많은 음식을 많이 먹게 되고, 공장과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공해에 노출되는 것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췌장암의 원인을 일관되고 확실하게 짚어내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Q 췌장염이 있는 사람이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요

급성 췌장염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다만, 급성 췌장염은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죠. 만성 췌장염은 췌장에 있던 염증이 만성화하여 췌장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진행되는 병입니다. 췌장 기능이 저하되어 소화 장애, 당뇨병 등으로 확장될 수 있죠. 만성 췌장염 환자에게서 암 발생 빈도가 높기 때문에 추적 관찰을 요합니다. 만성 췌장염은 음주 등을 원인으로 꼽지만 실제로 많은 예에서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만성 췌장염은 개인의 상태에 따라 일부 호전시킬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섬유화가 진행된 경우는 완화시키기 어렵습니다.

췌장에 대한 모든 것
위, 장, 간 등 익숙한 장기 기관의 기능은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고, 각 기관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췌장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번 기회를 통해 췌장에 대해 알아보고, 소홀했던 췌장 건강에도 관심을 기울여보자.

췌장은 어떤 역할을 할까
췌장은 위장 뒤쪽에 위치해 있고, 우리 몸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기관이다.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에 필요한 아밀라아제, 트립신 등과 같은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당대사에 관여하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혈당을 높이는 체내 대사 조절 호르몬을 분비한다. 때문에 췌장이 나빠지면 소화 효소 분비가 감소되어 소화 불량을 겪고, 인슐린 분비가 감소되어 당 대사에 문제가 생겨 당뇨병을 초래할 수 있다.

췌장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은 무엇일까
췌장에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은 췌장염이다. 급성 췌장염은 여러 원인에 의한 것으로, 가벼운 복부 불편감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 금식이나 치료를 병행하면 호전될 수 있다. 만성 췌장염은 만성적인 췌장의 염증으로 소화 효소 분비 등의 기능이 저하되고, 인슐린 분비 등의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난다. 때문에 만성 췌장염은 당뇨병과 소화 흡수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췌장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췌장암의 생존율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병원의 췌장암 치료 성적은 세계 유수의 병원들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이다. 전체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8% 전후이고, 수술이 가능한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 내외다. 그러나 1기 환자의 경우 5년 생존율이 50%를 넘고, 2기의 경우에도 20% 전후의 5년 생존율을 나타낸다.

췌장암, 이것만 주의하자!

아직까지 췌장암의 원인을 뚜렷하게 밝히진 못했지만,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원인들을 추려볼 수 있었다. 가장 강력한 원인은 단연 지속적인 흡연와 음주이고, 육가공품의 과다한 섭취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오랜 흡연 생활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췌장암에 걸릴 가능성은 2~10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 속에는 수많은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미국암 협회는 전체 췌장암 환자의 20~30%가 흡연 때문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의보고(2005년)에 따르면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1년 내 사망하는 주원인이 흡연이었다고 한다.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금연이 급선무다.

육류 위주 식사, 육가공 식품 섭취
육류를 중심으로 한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적게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소시지나 핫도그 같은 가공 육류 제품을 많이 섭취하면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와이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가공 육류를 자주 먹는 사람은 소량으로 먹는 사람들에 비해 췌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67%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붉은색 육류를 먹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췌장암에 걸릴 위험성이 50%나 높다. 육류 위주의 식단보다 과일과 채소 중심의 식생활로 바꾸는 것이 좋다.

화학 물질에 대한 잦은 노출
용매제, 휘발유, 관련 물질 등의 화학 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한다. 그리고 안전 수칙을 엄수하여 췌장암의 위험 요인인 화학 물질과 방사선 물질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급작스런 당뇨 증상
당뇨병은 췌장암을 유발하기보다 췌장암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갑자기 당뇨 증세가 나타나거나 원래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증세가 악화됐다면 췌장암 발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획 조한별 기자 사진 하지영, 강민구, 홍하얀(studio lamp) 일러스트 김기백
참고 도서 『대한민국 최고의 명의가 들려주는 췌장암』(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